
미국 뉴욕주 노동국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맨해튼에서 작은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에밀리 레딕스(32)는 지난 22일 주정부가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상점 영업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이대로 실업자가 될 수도 있고, 통장 잔고가 텅텅 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렸다. 버지니아에 있는 래드퍼드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레딕스는 2009년 뉴욕으로 이사한 후 구직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또래 대부분이 그랬듯 유급 일자리는 찾기 힘들었다. 레딕스는 패션 회사에 취직하는 대신 장사를 시작했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약 77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어렵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 코로나19가 초래한 경기침체의 직격탄까지 맞게 됐다는 것이다.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코로나19 경기침체 우려하는 미국 밀레니얼](https://img.khan.co.kr/news/2020/03/30/khan_zoVhTX.0c3106a.jpg)
지난해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순자산은 2016년 기준 9만2000달러(약 1억1265만원)로, 같은 시기 X세대(1965~1980년생)보다 40% 적고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보다는 20% 적었다. 임금은 X세대보다 18%,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7% 더 적었다. 학자금 대출은 평균 1만600달러에 달해 “대공황 이후 가장 가난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카밀리 부셋은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위기 이후 주로 저임금 일자리를 얻었고, 저축이나 은퇴 준비도 이전 세대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운했던 밀레니얼 세대는 코로나19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오케이 부머, 렛츠 토크>의 저자인 질 필리포비치는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경기침체 이후 회복된 적이 없다”며 “특히 30대 중후반은 한창 가정을 꾸리거나 집을 사야 하는 시기, 노후를 위해 저축해야 하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다시 한번 재정적 위기가 온 것”이라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위기감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폴이 지난 11~13일 미 성인 2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59%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X세대(47%)나 베이비부머 세대(35%)도 경기침체를 걱정했지만, 밀레니얼의 위기감은 더 컸다. 밀레니얼의 23%는 이미 신용카드 등 소비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스포츠 업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그래픽 기술자인 에이프릴 슈미트(38)는 3~4월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잇따라 취소·연기되면서 사실상 실업자가 됐다. 그는 지난 17일 CNBC 방송에 “먹을 것 말고는 아예 돈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슈미트는 “보통 시간당 51달러의 임금을 받고 일했지만, 어제 시간당 12달러를 주는 식료품점에 이력서를 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26일 3월 셋째주 주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3000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레스토랑, 커피숍, 체육관, 문화기관 등 젊은 세대가 일하는 영업장이 대부분 타격을 받으면서 젊은 세대의 3월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