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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외’인 국민은 없다

입력 2020.04.05 20:45

수정 2020.04.0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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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례가 한 달 만에 돌아오니, 재난기본소득을 이야기한 지도 딱 한 달이다. 그때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일언지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주일 뒤에는 ‘도입이 어렵다’고 했다. 다시 일주일 뒤에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 여기]‘코로나19 예외’인 국민은 없다

돌이켜보면 추경 때도 마찬가지였다. 2월 중순에 김부겸 의원 등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추경을 주장했을 때 기재부는 코웃음을 쳤다. 지난해 12월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놓고 2월에 무슨 추경이냐는 원칙론만 내세웠다. 하지만 불과 2주 뒤 추경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지난 한 달간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칼 슈미트를 떠올렸다. 정치의 본질은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는 그의 정의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하지만 ‘주권자는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는 그의 또 다른 주장에는 늘 공감해왔다. 종종 독재를 옹호하는 근거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 주장은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마키아벨리, 마르크스 같은 ‘현실주의적 정치철학자들’이라면 누구나 전제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건국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매디슨의 말을 일부 인용해보자면, 인간이 천사가 아닌 이상 정치에서 예외상태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핵심은 그 예외상태에서의 주권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여기서 곧바로 무력을 가진 독재자를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혁명을 생각해보면, 그 예외상태의 주권자는 대체로 다수의 사람이었다. 나는 이것이 아렌트가 말한, 거리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예외상태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누구인가? 지난 두 달 동안 다수의 국민은 누구와 그 자리를 다투었는가? 대통령인가, 국회인가, 여당인가, 야당인가? 아무도 아니었다. 베버가 옳았다. 예외상태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사실상 압도하고 있는 것은 관료지배였다.

몇 가지 솔직하게 말해보자. 소득 하위 70%건, 중위소득 150%건 그렇게 딱 정해서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다. 우리는 독일처럼 모든 국민의 소득을 실시간으로 알지 못한다. 소득 하위 70%와, 중위소득 150%와, 그에 대한 건강보험 데이터는 서로 아무것도 일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복지혜택을 받고 있지 않은 차상위 이상 계층에 대해, 통계는 갖고 있지만 그 대상을 알지는 못한다. 시간적 간극은 더욱 커서 건보 지역가입자의 데이터는 심지어 재작년 기준이다.

주민등록과 건강보험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사는 배우자와 자녀는 한 가구로 치고, 부모님은 다른 가구로 보기로 했다. 급하니 정한, 그저 편의적인 기준이다. 근본적으로는 개인이 아닌 ‘임의적 가구’를 복지의 단위로 본다는 것 자체가 21세기에 황당무계한 일이다.

아예 안 주겠다면 모를까 주기로 한 마당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인데 굳이 과거의 기준으로 국민을 나누겠다는 발상은, 다 주지는 않겠다는 기재부의 알량한 자존심 세우기가 아니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보편적 지급을 이야기한 모든 사람들은 선별적 환수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기재부는 왜 꼭 그걸 지금 해야 한다고 우기는지 모르겠다. 같은 수준으로 선별하더라도, 과거가 아니라 올해 말로 기준을 삼아야 코로나19로 인해 누가 피해를 보고 안 봤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것도 못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내가 지은 밥이 아니니 재나 뿌리고 가겠다는 심보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세상에 불 끄는 데 물값 계산하고 있는 사람이 어딨나? 왜 지금 대상을 선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기재부가 하나만 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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