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한 번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눠봤지만 제 주변은 모두 컴맹밖에 없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할 때 주의할 점 같은 걸 들을 수 있을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이런 메시지가 처음은 아니었다. 2월부터 최근까지 온라인 강의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 교수·강사 사이에서 주요 이슈였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을 위한 플랫폼을 대학 홈페이지 내부에 구축해놓은 몇몇 대학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급히 온라인 강의를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사람들이 온라인 교육을 테스트하고 노하우를 공유했다. 몇 명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 영상 파일을 공유할 때 랙(lag)은 걸리지 않는지 등의 정보가 오갔다. 테스트를 진행했던 교수·강사들은 한결같이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다섯 배 정도 집중을 요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는 언어만큼 비언어적 맥락, 이를테면 눈빛이나 몸짓 등을 통해 상대의 미세한 감정 파악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 없이 오로지 모니터와 스피커라는 작은 공간에서 적게는 열 명, 많게는 100여명의 학생을 컨트롤해야 하니 여러모로 진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대면 강의가 시작된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10여년 전에 녹화한 영상을 틀어준 교수가 있는가 하면 마이크를 사용할 줄 몰라 문서 파일에 디지털 필담으로 강의하는 사람도 나왔다. 마이크로 끼어든 소음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국 대학교의 사이버대학화라는 자조적 농담까지 흘러나왔다. 각 대학교에서 스튜디오나 강의 플랫폼의 일원화, 그리고 매뉴얼 영상 등을 교수·강사에게 급히 제공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현 대학생들은 ‘일타’라고 불리는 최고급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세대이니 하품질의 강의가 눈에 찰 리 없었다. 낮은 교육 퀄리티를 근거로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나온 건 당연한 수순이리라.
심지어 아무 준비도 없이 나와 막말을 하다가 박제된 교수의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에서 이런 개별 교육자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단지 작금의 상황을 모든 ‘교수’의 나태함으로 단순하게 바라보아선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농담처럼 나왔던 사이버대학 같은 경우를 살펴보자. 서울사이버대의 경우 교수에게 교육학을 기초로 한 다섯 가지 대본 형식을 제공하면 교수가 강의의 내용에 맞춰 대본을 작성하고, 그 즉시 담당 직원이 그 대본을 PPT로 제작해준다. 기자재 담당 직원도 따로 있다. 촬영 도중 기자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해결해준다. 학생의 집중도를 위한 녹화 매뉴얼도 존재한다. 즉 교수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인프라가 제공되는 것이다.
현재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건 팬데믹 상황이라는 갑작스러운 재난 때문이니 이런 인프라들이 갖춰져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PPT, 촬영, 교육 등 모든 과정의 책임은 모두 강의 주체인 교수·강사에게 과도하게 부여된다. 강의를 위해 카메라나 마이크, 조명까지 수십만원의 장비를 자비로 구매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며, 라이브 강의 도중 “선생님, 사운드가 안 들려요”라는 채팅이라도 한 번 올라오면 프로그램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육자는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적 주체이자 디지털 리터러시에 능통한 전문가까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두 달은 너무 짧고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교육당국은 이러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다.
이제 온라인 교육은 대학을 넘어 초·중·고로 확대되었다. 단순히 수업을 할 수 있게 기자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작금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교육의 규모만큼이나 문제 역시 더 커질 것이다. 고민이 부재한 곳에서 교육자와 학생은 끊임없이 피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