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단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나, 높은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https://img.khan.co.kr/news/2020/05/03/l_2020050401000108300016591.jpg)
요즘 회계업무를 위해 회사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올해는 작년보다 괜찮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잘 정립된 사업계획을 갖고 2020년을 힘차게 출발했는데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는 한탄을 한다. 이는 속속 발표되고 있는 상장 대기업들의 2020년 1분기 잠정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예상보다 많이 악화된 것은 아닌데 기업들 실적에서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액이 늘었는데 직전 4분기와 비교해서 줄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1분기 매출액이 2019년 1분기보다 5.6% 증가한 55조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2019년 4분기 매출액 60조원과 비교하면 7.6% 감소한 수치이다. 현대차도 1분기에 25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전년도 1분기보다 5.6% 늘어났지만 직전 4분기와 대비해서는 오히려 9% 줄어들었다. LG이노텍 역시 2019년 1분기 대비 매출액이 무려 47%나 증가한 2조원을 달성했는데, 이 역시 직전 분기 매출액 약 3조원에 비해 32%나 감소한 것이다. 매출액 증가 추세에 서서히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양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고 오랜 시간 집에 머무르면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의 실적 추이도 비슷하다. 편의점 기업인 GS리테일,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아프리카TV 같은 기업들 모두 전년도 1분기 대비 매출액 증가, 4분기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인다.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격상한 2월23일 이후로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신규 확진자수가 10명 내외로 줄어들면서 곧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데 하루에 수만명씩 늘어나는 해외 확진자수를 보면 도대체 언제 종식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국경이 폐쇄되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치 전 세계가 멈춰버린 느낌이다.
우리 주요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감소되면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매출액만 보더라도 각각 85%, 64%가 수출에서 나온다. 아무리 국내 판매량이 증가한다 해도 수출이 조금만 감소해버리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출도 문제지만 해외의 원재료 공급처나 현지 공장도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아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정상적인 양산이 어려우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명히 2분기는 1분기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이지는 않다. 비록 단기간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 희망의 싹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높은 위기관리 능력과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이 빛을 발하며 전 세계의 격찬을 받았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많은 석학들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어 코로나19 이후에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동안 깊이 박혀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퀀텀점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척 험한 돌산을 거의 다 올라왔고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경치 좋은 전망대가 우리를 반길 것이다. 온갖 환란을 슬기롭게 이겨낸 민족인 만큼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함께 고생한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잘 치유하고 곧 다가올 밝은 미래를 위해 힘차게 ‘파이팅’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