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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에 반대한다

입력 2020.05.10 20:52

수정 2020.05.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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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뜬금없이 시를 읊은 것은, 그렇다, 은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이야말로 은유의 대표적 예문 아닌가. 은유는 “시만큼 오래된 정신작용이며, 과학적 지식과 표현력을 포함해 각종 이해 방식을 낳는 기초”(수전 손태그)이다. 은유가 없었다면 인간의 상상력은 물론이고 이해력도 그만큼 제한되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은유에 반대한다

한편으로 은유는 익숙한 것을 통해 낯선 것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편견을 재생산하거나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인 코로나19와 함께 난무하는 은유가 염려되는 이유다. 낯선 것을 이해할 새로운 관점을 찾지 못한다면, 잘못된 답 속에서 헤매기 쉽다.

관습적인 은유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바이러스의 공격” “이것은 전쟁” 같은 표현을 보면서였다. 과연 우리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가? 그저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인 ‘사스코브2(코로나19)’를 들쑤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한 것은 인간 아닌가.

보건복지 전문가 리 험버는 “질병을 바이러스와 면역력 사이의, 그리고 바이러스의 진화와 인간의 백신 생산 능력 사이의 전투로 여기는 태도는 제약회사나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제약회사는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다.

이어서 31번 확진자가 등장했다. 스스로 재생산하지 않고 어딘가에 잠입하여 기생하다 기어코 숙주를 잡아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이비. ‘신천지’와 바이러스 사이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동형성이 신천지에 대한 ‘이단 공격’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바이러스는 ‘추수꾼’을 설명하기 위한 은유적 거점이 되었다. 이 부정적 이미지들 사이에 일어난 상호작용의 안무는 강력한 낙인으로 이어졌다. “신천지는 바이러스고, 감염자는 신천지 교인이다.”

최근엔 “게임은 코로나 시대의 미래 먹거리”라는 말이 나왔다.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으로 게임을 육성하겠다는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그는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난을 계기로 규제를 완화하는 자본 중심적 정책에 ‘먹거리’와 ‘생태계’ 은유는 적절하지 않다.

21세기의 감염병은 인간의 식품 생산 방식이 초래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장식 축산과 야생동물을 먹는 식문화, 그리고 코로나19 사이의 관계를 지적한다. 돼지와 가금류 등의 목장이 원시림으로 확장되고 야생동물 포획자들이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서 신종 병원체와의 접촉면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먹거리에 대한 탐욕이 팬데믹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식량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농가 피해 대책과 농산물 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뒤로한 채 게임·먹거리 운운이라니. 4차 산업혁명이 위대하다 한들, 게임을 파먹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용인 66번 확진자와 함께 또 다른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가 방문한 곳이 주로 성소수자들이 찾는 클럽이라는 점이 타깃이 됐다. 한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났다. 동성애를 계속 공격해 온 이 신문은 HIV·AIDS를 이용해 온 것처럼 코로나19 역시 도구로 삼는다. 그들은 익숙한 오염의 이미지들과 오래된 가짜뉴스를 활용하면서 동성애와 바이러스를 연결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코로나19 환자는 환자일 뿐”이다. 질본은 질병으로부터 이야기와 이미지, 그리고 낙인으로 이어지는 은유의 습관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낙인은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X를 Y라고 말하지 말라.” <은유로서의 질병>을 쓴 수전 손태그의 말이다. 코로나19를 다른 무엇이 아닌 인재(人災) 그 자체로 보고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편견으로 빚어낸 은유는 잠시 넣어두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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