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에 엄마는 아이를 팔로 껴안고…“아프간 병원 테러는 잔혹한 전쟁범죄”

김향미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병원에서 무장괴한의 테러가 발생한 후 아프간 보안군이 병원에 있던 아기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병원에서 무장괴한의 테러가 발생한 후 아프간 보안군이 병원에 있던 아기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서쪽에 있는 다시트 에 바르치 병원에 경찰 제복을 입은 무장괴한이 급습했다. 이 병원엔 산부인과가 있어 신생아와 산모,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 8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붐볐다. 무장괴한들은 슈류탄을 터뜨리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아프간 보안군이 현장에 출동해 약 4시간 동안 교전을 벌였다. 결과는 끔찍했다. 신생아 2명을 포함해 16명이 희생됐다.

아프간 내무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숨진 신생아 2명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여성은 얼굴 곳곳에 피를 묻힌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살해당하는 순간, 자신의 팔로 작은 아기를 꽉 껴안고 있었다. 아이는 살아남아 다른 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같은날 아프간 낭가르하르 동부 지역에선 한 장례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24명이 숨지고, 68명이 다쳤다.

‘아프간 병원·장례식장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두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범죄의 잔혹성 때문에 더욱 큰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병원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병원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프간에서 산부인과 병원과 장례식장을 겨냥한 비인도적인 전쟁범죄가 일어났다. 이러한 참상을 세계가 알아야 한다. 중대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민간인은 보호돼야 한다”고 썼다.

타렉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인류에 대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영국·독일·터키·파키스탄 등은 각각 이번 사태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알자지라가 13일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2일 성명에서 “아프간에서 일어난 끔찍한 두 테러를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아프간 국민들은 엄청난 악의적 행위로부터 자유로울 미래를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 테러리즘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썼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서쪽에 있는 다시트 에 바르치 병원에 무장괴한의 테러가 발생한 후 아프간 보안군이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서쪽에 있는 다시트 에 바르치 병원에 무장괴한의 테러가 발생한 후 아프간 보안군이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간 정부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탈레반 등 반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평화합의 이후 방어에만 치중해왔으나, 이번 테러로 공격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오늘 우리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공격을 목격했다”며 “모든 치안 병력에 방어 태세를 끝내고 적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두 공격 모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군이 이번 테러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군이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현지 평화 구축 노력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평화합의에 따라 아프간 파병 미군 등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대신 탈레반은 아프간이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포로 교환 문제, 아프간 정부 내 분열 등으로 인해 탈레반과 정부 측 대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IS는 물론 탈레반의 폭력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터였다. ‘평화합의 이행’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아프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963명, 사망자는 127명이다. 이 와중에 무장단체의 테러, 혹은 무장단체와 정부군 사이의 폭력 행위가 증가하면 구호단체의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고, 더 많은 이들이 기아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지적했다. 지난 1일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5월 기준 아프간에서 약 730만명의 어린이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위험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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