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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오픈런

입력 2020.05.13 20:53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명품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8월 미국의 회원제 할인마트인 코스트코가 중국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열었다. 개장을 기다리던 중국 고객들은 전동 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매장 곳곳에서는 고객들이 서로 먼저 물건을 사겠다며 몸싸움을 벌였다. 코스트코 측은 결국 개점 4시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또 10여년 전 아이폰이 중국 시장에서 신상품을 선보일 때면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애플스토어 매장에는 전날부터 수천명이 줄을 서곤 했다. 판매를 늦게 시작했다가 계란 세례를 받는 매장도 속출했다.

요 며칠 사이 한국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관찰된다. ‘샤넬 오픈런’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이 14일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하자 전국 유명 백화점에서는 개장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면 매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는 가방을 사려 3시간 넘게 기다렸고, 부산에서는 1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섰다.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인기 상품들은 아예 살 수 없다고 한다.

오픈런은 명품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 종종 목격된다. 명품 소비자들은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고 말한다.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도 나온다. 과시적 소비로 인해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도 작용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고소득층의 소비가 분출하는 ‘보복소비’로 수요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이를테면 해외여행을 못 간 사람들이 돈을 명품 구입에 쓰고 있다는 식이다.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돈을 어디에 쓸지는 가진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먼저 사겠다며 내달리는 모습은 불편하다.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염병도 경제위기도 가난하고 약한 계층을 먼저 노린다. 한쪽에는 생계의 벼랑에 몰려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더 비싼 물건을 사려고 뛰어다니는 이들이 있다. 양극화 심화는 코로나19 시대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샤넬 오픈런이 씁쓸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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