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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섹스를 금하라

입력 2020.05.22 03:00

수정 2020.05.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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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엄중하고 지루한 비대면 시절에 섹스는 어찌하고들 있는지 온라인 설문조사라도 나서고 싶은 터였다. 공공연하고 은밀하게 자행되는 최고의 밀착행위에 대해 방역당국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세부지침이 없는 게 무지하게 이상했다. 비말이 가장 위험한 감염경로라니 최소한 ‘키스 금지령’이라도 나오려니 고대했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든 시민은 자위(自慰)로 대체하라!”는 포고령을 내리고, 경찰에 공무원에 신기술들을 동원해서라도 낮이고 밤이고 교접 현장을 색출해야 했다. 혹시라도 건전한 시민의식 덕분에 모두들 자발적으로 억눌러 참는 중이라면, 그토록 심각하다는 저출산 문제는 대체 어쩔 셈인지 그게 또 궁금했다. 아, 저출산 따위는 까먹었겠구나. 웬만한 건 다 재택으로 밀쳐지는 마당에, 집 안에 길게 들어앉아 뭔 짓들을 할지 도무지 의심스러웠다.

하긴 애들도 재택이니 걔네들이 좀 보초를 서 줄라나? 근데 그게 또 특히 남자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라고들 하던 거였으니, 아무래도 “가정에 머물라!”는 방역방침은 심각한 오류로 평가돼야 한다. “2m 간격을 두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걸어라!”가 최고의 방침이었지 싶다.

거리 두기 완화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사실 아슬아슬한 폭탄 돌리기다 싶었는데, 하필 폭탄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수많은 이성애자들의 ‘사랑하는 가족’ 간 밀착 확산 사태가 좀 수습되어 가던 4월 말 5월 초 연휴에 ‘젊은것’들이 이태원과 강남으로, 클럽과 노래방으로 떼로 몰려다니다가 터진 거다. 이때다 싶은 한 언론사는 코로나 재확산이 염려된다면서 5년 전에 써두었다던 ‘블랙 수면방’ 기사를 올렸다. “… TV, 음료수 자판기, 재떨이 등이 있는 평범한 휴게실로 보였다. 입구 옆에 놓인 콘돔과 젤이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중략) 마음에 들면 건드려 보고 반응이 있으면 관계를 하고, 거부하면 다른 방으로 간다.” 문란(紊亂)은 고사하고 착해빠졌네, 뭐.

2002년 노무현의 대선 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은 아직 까마득하고, 2017년 후보 시절 성소수자 의제를 ‘나중에’로 미뤘던 문재인은 임기가 반이 넘도록 꿈쩍도 안 하고 있는데, 2020년 5월 정세균 총리는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알량한 말을 해야 했던 걸 보면, 코로나19가 나름 또 할 일은 한다.

며칠 전 한 게이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를 수정해 옮긴다.

“왜 우리의 시민의식은 우리의 부재로 증명되어야 하나. 착하고 순종적인 시민이 되고 싶어 종로도 이태원도 번개도 끊고 살겠다는 익명의 글이 떠오른다. 쓰레기 언론과 달리 방역의 대상으로라도 비로소 호명해주는 방역당국에 대해 짐짓 감격하는 마음이 생겼던 게, 생각해보면 비참하다. (중략) 누군가에게는 자칫 직장과 가족과 사회에서의 입지가 결딴날 수 있는 변수가 그들에겐 그저 행정상의 세부적 난맥이다. 카드 사용내역으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통보받자 우선 공포가 엄습했던 것에도, 뒤늦게 실소가 터진다. 이 모든 웃음 포인트를 넘어 우리끼리 안 만나는 게 지고지순의 방역대책이자 시민의식이라면, 그 지엄한 명을 못 이기는 척 따라주는 수밖에. 2주를 넘긴 오늘 나는 왜 홀로 하염없이 종로를 걷고 있을까. 내게 죄가 있어 종로 사거리 클럽 앞에 목이 매달려야 한다면 차라리 속이 시원하겠다. 자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검은 밤 같은 시국이 그저 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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