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014년 1월16일. 주요 일간지 앞머리에는 일제히 삼성그룹의 공개채용 제도 개편 기사가 주요기사로 실렸다. 서류전형 부활과 대학 총·학장 추천제가 골자였고, 시험 과열 해소, 현장 경험 중시 취지 등의 해설 기사도 함께 실렸다. 하지만 대학서열화 조장, 지역·성차별 논란 등으로 열흘가량 논란이 일었다. 결국 그룹 측에서 시험 개선안을 백지화했다.
한 기업의 입사시험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그만큼 채용시장에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했고, 1993년에는 처음으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다. 199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직후인 1995년엔 수능과 비슷한 취지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이후 GSAT로 명칭 변경)를 만들었다. 단편적인 암기 대신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자는 취지로, 학력, 성별 등의 모든 차별을 배제한 ‘열린 채용’도 함께 도입했다. 기업문화와는 별개로 공개채용에선 단연 트렌드세터였다. 공개채용 문화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하반기 각각 9만~10만명 정도가 응시하는 GSAT는 대학수학능력시험, 9급 공무원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에 이어 응시생 규모 국내 4위로 알려진 시험이었다. 별도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시험날엔 주요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를 휩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삼성고시’라고 불릴 만하다.
‘삼성고시’가 온라인 GSAT 도입으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30·31일 이틀간 4회로 나눠 시험이 진행되는데, 응시자는 집에서 PC로 시험을 치르고, 감독관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시험을 감독한다고 한다. 삼성은 시험 환경 점검, 면접 시 약식 테스트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검증 프로세스를 마련한 데 이어 26일 응시자 각자의 집에서 예비소집을 통해 시스템을 사전 점검한다. 부정행위나 인터넷 접속 불안 등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 채용시장에서 또 한번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욱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