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홍콩보안법 ‘압도적 찬성’ 통과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홍콩 국가보안법’ 표결을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다. 베이징 | EPA연합뉴스
중, 정당성 강조에도 ‘2047년까지 자치권 보장’ 어겨 논란
적용 대상 넓힌 수정안…경제 등 국제적 고립 심화 전망
중국이 28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홍콩의 반(反)중국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홍콩 내 민주화운동 등 내부 반발을 힘으로 찍어누르는 법이자, 홍콩 자치권의 근간을 빼앗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2009년부터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처벌 조항으로 최고 30년 징역형을 규정한 마카오 선례를 따를 경우 반중 인사가 장기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을 의결했다. 찬성 2878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이날 통과된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폐막식에서 “홍콩보안법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 전체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제1조를 보면 홍콩 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법률, 제도, 집행기관을 완비하도록 했다.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에 상주하면서 반중 활동을 하는 인사를 검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소개된 홍콩보안법 초안은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수정안은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로 바뀌었다. 홍콩 시위에서 반중국 ‘행위’ 등을 한 사람뿐 아니라 시위 ‘활동’에 단순하게 참여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게 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불가능해졌다.
오는 9월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제 2조는 외국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개입하거나 홍콩을 이용해 분열, 전복, 침투, 파괴하는 활동을 막고 처벌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파 인사들이 미국 등과 연대를 주장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홍콩 선관위가 홍콩보안법을 빌미로 민주파 인사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중파가 전체 452석 중 60석만 얻으며 참패한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론 전인대가 홍콩 자치 영역을 규율할 법안을 제정할 법적 권리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997년 중국이 홍콩 반환 때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저버렸다. 당시 중국은 50년간 일국양제를 지키겠다고 했고, 이에 따라 2047년까지 홍콩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
홍콩은 물론 중국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다. 미국이 특별지위 박탈 뜻을 밝힘에 따라 홍콩의 국제 금융도시 위상이 흔들리게 됐다. 홍콩이 중국 외자 유입의 주요 통로이자, 최대 위안화 역외 거래소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도 크다. 중국의 국제적 고립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임에도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의 태도로 국제사회 반발을 사고 있던 터다. 이런 와중에 국제사회에 했던 일국양제 약속을 뒤집고 민주적 시위를 힘으로 누른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