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반대 목소리…홍콩 정부 “관련 입법 조기 마무리 총력”
의회에선 야당 의원이 의장석으로 돌진하며 썩은 화초 던져
재야단체들, 톈안먼 시위 31주년 맞춰 저항 의지 표출 예정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28일 홍콩 센트럴 지구에서 한 여성이 무장경찰 앞에서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손바닥 펼쳐 보이기’는 행정장관 직선제, 체포자 석방 등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의미한다. 홍콩 | 펜타프레스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28일 거리로 뛰쳐나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이날 폐막식에서 반중국 활동을 철저히 탄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홍콩프리프레스 등을 종합하면 홍콩 시민 수천명은 홍콩보안법 표결을 앞둔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쯤 번화가인 센트럴에 모여들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날 뿐 아니라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센트럴 랜드마크 쇼핑몰 내부에서도 시민 수백명이 홍콩보안법 반대 의미로 촛불을 들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쯤에는 홍콩 까우룽 서부에 있는 비컨힐 정상에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라”는 10m 길이의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심각한 경기침체 등으로 시위 참여 열기는 지난해보다 훨씬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경찰은 정부청사와 입법회,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등의 주변에 대대적인 병력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전날 집회에서도 교복 입은 학생 9명을 포함해 시민 360명을 무더기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해처럼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빠르고 강력한 진압”으로 시위대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의회에서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홍콩 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國歌)법’ 초안을 심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11시 무렵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소속 테드 후이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법회 의장인 앤드루 렁이 서 있는 의장석을 향해 돌진했다. 내달리던 그는 의회 경비원들의 제지를 받자 렁 의장을 향해 썩은 화초가 담긴 비닐봉지를 던졌다. 회의장 내에는 순식간에 악취가 퍼졌고, 심의는 중단됐다.
회의장 밖으로 쫓겨난 후이 의원은 “썩은 것은 화초가 아니라, 우리의 일국양제, 우리의 법치주의, 우리 홍콩의 가치”라며 “렁 의장과 친중파 진영이 그 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주석은 이날 “일국양제는 홍콩보안법으로 사망선고됐다”면서 “홍콩의 핵심적 가치와 국제적 지위도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진영은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지련회 등 홍콩 재야단체는 다음달 4일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31주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보안법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출할 예정이다. 또 7월1일 주권반환 기념일에 맞춰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여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가결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홍콩 정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와 함께 관련 입법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홍콩보안법 반대를 포함한 반정부 시위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라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