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전인대 홍콩보안법 강행
미 ‘특별지위’ 철폐 공식화
“이민 문의, 평소보다 5배”
홍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겠다고 맞선 데 따른 것이다. 홍콩이 ‘미·중 신냉전’의 격전지로 변한다는 우려 탓에 이민, 해외 부동산 매입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31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이민컨설팅업체 앤렉스의 앤드루 로 대표는 “중국 당국이 홍콩보안법 초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3일 하루에만 100여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이민컨설팅업체 대표인 존 후도 “이민 문의가 4~5배가량 증가했다. 절박해진 홍콩인들이 어느 나라가 비자 처리 기간이 가장 짧은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민을 고민하는 홍콩인이 늘어나면서 외국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고, 홍콩 주택 급매물도 출현했다. 대만으로 이민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4월 대만에 거주사증을 신청한 홍콩인들은 전년 동기(948명) 대비 2배 이상인 2400명에 달했다.
영국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우리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사람들이 영국으로 올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BNO 여권은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 300만명의 홍콩 주민이 소지했던 ‘영국부속영토시민’(BDTC) 여권을 대체한 여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홍콩 주민에게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제공하자”고 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지위도 위태로워진 만큼 해외로 자산을 옮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SCMP는 1000만홍콩달러(약 16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홍콩인들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대만, 포르투갈 등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내 여러 환전소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일부 환전소에서는 준비된 달러가 동이 나 환전해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