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리쇼어링이라는 환상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리쇼어링이라는 환상

입력 2020.06.01 03:00

수정 2020.06.01 03:06

펼치기/접기

앨라배마는 미국의 가장 가난한 주 중 하나다. 과거 노예노동을 바탕으로 한 목화농사가 주 산업이었지만 이후 변변한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이 지역의 핵심 계층은 ‘파머(농부 또는 농장주)’들이다. 그런 앨라배마가 1990년대 말 이후 글로벌 자동차회사 공장을 여럿 유치했다. 그중 하나가 주도(州都)인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이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2005년 완공된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717만㎡(약 217만평)에 달하는 공장부지를 단돈 1달러에 25년간 임차해 줬다. 20년간 주 법인세 면제, 주변 도로 확충, 연수원 건립 등의 지원도 더해졌다. 공장으로 가는 도로에는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앨라배마가 파격적인 지원으로 현대차 공장을 유치한 이유는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현대차는 물론 동반진출한 한국 협력업체들과 현지 협력업체, 파생된 서비스업종까지 3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활성화됐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설립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출하며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했다. 지역사회가 기업을 유치해 ‘윈윈’한 사례라 할 만하다.

김준기 산업부장

김준기 산업부장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7월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리쇼어링 대책을 담을 예정이다.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코로나19 같은 충격에도 면역력을 갖추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리쇼어링이 주목받자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등의 노동 관련 법규와 각종 환경안전 법규,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 등을 대거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해외 한국 기업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규제들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면서 미국이 리쇼어링을 위해 얼마나 세금을 깎고 기업들을 우대하는지 강조한다. 하지만 세금을 낮추고 노동시간을 늘리며 해고나 임금 삭감을 쉽게 하고, 환경오염 방지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수도권 과밀을 조장하면서까지 기업들을 유치하는 게 과연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더구나 문제는 이런 조치가 일정부분 이뤄진다 해도 해외 공장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는다는 점이다.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의 스토리는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과 미국의 환경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땅이 그냥 놀고 있는 미국은 공장을 세우겠다는 기업에 부지를 싼값에 빌려주는 것이 땅값 비싼 한국에 비해 훨씬 쉽다. 앨라배마주는 법인세가 매우 낮고 소비세 위주의 조세체제를 갖고 있어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큰 문제가 안 된다. 앨라배마와 현대차 같은 궁합을 맞출 수 있는 지방 정부는 한국에 없다.

정부가 리쇼어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경북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옮기겠다고 한 LG전자의 사례는 한국에서 리쇼어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LG전자가 생산라인을 옮기는 것은 포화된 글로벌 TV 시장의 격화된 경쟁 속에서 인건비와 물류비 등의 비용을 아끼는 것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운 것도 주 정부의 지원보다는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처럼 내수 시장이 큰 나라들의 기업들과 달리 수출 주도형인 한국 기업들은 현지 거점생산 없이는 세계적 경쟁에서 버틸 수가 없다. 자동차나 TV 등 요즘 웬만한 나라들이 다 만들고 있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더욱 그렇다.

기업들은 생산·판매의 효율성과 더 저렴한 비용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싼 임금을 찾아 중국에 간 기업들은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니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로 옮겨가고 있다. 거기서도 임금이 상승하면 콩고나 라이베리아 같은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콩고 같은 곳처럼 저비용으로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한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무작정 해외에 나간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겠다는 리쇼어링은 공허한 말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