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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와 환자의 로맨스?

입력 2020.06.01 17:30

수정 2020.06.0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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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부터 방영 중인 KBS 수목 드라마 <영혼수선공> 의 포스터. KBS 제공

지난달 6일부터 방영 중인 KBS 수목 드라마 <영혼수선공> 의 포스터. KBS 제공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윤리적’일 수 있을까. 지난 5월부터 방영 중인 KBS2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이 정신과의사와 환자 간 로맨스를 다루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16회까지 전파를 탄 <영혼수선공>은 국내 최초로 정신의학과가 배경인 드라마다. 정신과 의사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위로를 선사한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논란은 정신과 의사 이시준(신하균 분)과 그의 환자 한우주(정소민 분)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그려지면서 시작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같은 전개가 정신과 의사에 의한 ‘그루밍 성범죄’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전이(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를 이용해 성범죄 대상으로 삼는 사건이 현실에 존재하는 만큼 둘 사이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지침은 “의사는 진료 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하여 애정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환자와의 성적인 행동은 비윤리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심리학회는 치료 종결 후 2년 이전까지는 환자와의 성적 관계를 엄격히 금지한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과 의사의 성폭력도 있었다. 지난 3월 사망한 유명 정신과의사 김현철씨의 환자들은 2017년 그가 자신들을 성적으로 이용했다며 김씨를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18년 김씨를 제명했다.

김씨의 전 환자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ㄱ씨는 지난달 29일 트위터에서 <영혼수선공>에 대해 “사회적 인식은 조금이나마 바뀔 줄 알았는데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연애하는 드라마라니 기운이 빠진다”고 적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해당 드라마가 그루밍 성범죄를 미화한다며 제작진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KBS 시청자 청원이 올라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비교하며 <영혼수선공>의 연출이 전보다 퇴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정신과 진단을 받은 연인을 면회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KBS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청자들이 지적해주시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려고 고민하고 있으며, 추후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의료진에 의한 그루밍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지만 관련 법률 개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6월 의료진의 환자 대상 성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간음·추행한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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