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제가 유명무실 논란에 휩싸였다.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임명권을 쥔 시장이 밀어붙이기식 인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시는 2014년 11월 경기지역 31개 시·군 중 처음으로 청소년미래재단, 디지털산업진흥원 등 산하 공기업 기관장 임용 전에 시의회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인사검증제도를 도입했다. 시민 눈높이에서 투명하게 검증해 자격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18년 백군기 용인시장이 취임한 뒤부터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시 안팎에서 나온다. 시의회가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부적합 의견을 내도 이를 묵살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검증 결과를 포함해 회의록까지 비공개되면서 외부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용인시의회의 청소년미래재단 대표 ㄱ씨 의견 청취 결과서(2018년 11월6일)를 보면, ㄱ씨는 전문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부적합했던 것으로 나온다. 당시 시의회는 ‘ㄱ씨는 청소년 전문가로 보기에 미흡한 면이 있고 시의원 재직 기간 중 사립유치원장을 겸직해 지방자치법상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시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ㄱ씨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자 시의회는 예산 심의 보이콧으로 거세게 항의했다. 2018년 10월 취임한 디지털산업진흥원장 ㄴ씨도 육군 대령 출신으로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으나 임명됐다.
한 시의원은 “당시 시의회가 금요일 오후쯤 ㄱ씨의 부적합 의견 청취 결과를 통보하자 용인시는 월요일 곧바로 ㄱ씨를 대표로 임명해버려 여러 의원이 황당해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현재 용인시의 인사검증제는 임명권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기본 역할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용인시는 시의회 의견 청취는 참고 사항일 뿐 임용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백 시장은 “시의회 의견 청취 과정에서 도덕성이 문제가 됐는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ㄱ씨를 포함해 산하 공기업 대표를 임명하면서 여러 면에 조화를 이룬다는 판단에서 객관적으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