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여성에게 떠맡긴 지옥 같은 돌봄노동

홍진수 기자
[책과 삶]여성에게 떠맡긴 지옥 같은 돌봄노동

장녀들
시노다 세츠코 지음·안지나 옮김
이음 | 340쪽 | 1만4800원

삶은 고구마를 물 없이 먹는 것처럼 속이 답답해지는 소설이다. 초고령사회의 사각지대에서 ‘가족에게 붙들린 비혼 장녀’의 이야기 3편이 묶였다. 저자 시노다 세츠코는 20년 이상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집 지키는 딸’의 나오미는 이혼 뒤 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의 치매가 발병하기 전까지 둘은 친구 같은 사이였다. 요양원 입소 등을 거부하고 큰딸에게만 의존하는 어머니 때문에 나오미는 직장을 포기하고 24시간 내내 어머니를 지킨다.

‘퍼스트 레이디’의 게이코는 의사 집안 장녀다. 시집살이에 이어 시어머니 간병까지 해야 했던 게이코의 어머니는 시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냉정한 아버지와 남동생은 어머니를 방치하고, 어머니는 신장을 이식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게이코는 자신의 신장을 주려 결심하지만, 어머니의 태도를 보고 흔들린다.

‘미션’의 요리코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머니의 암투병을 계기로 뒤늦게 의대에 진학한 요리코는 집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사이 아버지가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요리코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경험자들은 모두 알고 있듯이 아픈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런 지옥 같은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들 몫으로 간주된다.

소설 속 장녀들은 우리가 이미 마주하고 있는, 또는 곧 마주하게 될 현실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그래, 당장 감당은 우리 장녀들이 하겠다. 그런데 다음은 어쩔 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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