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여파, 반감 커져
대만 내 친중세력 핵심 지도자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사진)이 6일 유권자들에게 탄핵당했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1년반 만에 시장직을 잃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면서 시정에 소홀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여파로 대만에서도 반중 정서가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오슝시는 이날 한 시장에 대한 소환투표 결과 유권자의 42.1%인 96만9259명이 투표해 97.4%(93만9090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2.6%(2만5051표)에 그쳤다. 선거파면법 등 관계 법령상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 1을 넘으면 해당 지자체장은 탄핵된다. 가오슝시의 유권자는 229만여명으로 최소 기준은 4분의 1인 57만4996명이었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7일 이내에 이번 투표 결과를 확정해 공고한다. 이 공고가 나면 한궈위는 시장직을 잃게 된다. 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한 시장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에게 탄핵당한 첫 지자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게 됐다.
이번 소환투표는 ‘위케어 가오슝’이라는 시민단체가 ‘한 시장이 시장직 당선 직후 대선에 나가 시정을 방기했다’는 명목으로 발의했다. 가오슝시 유권자의 10%가 넘는 37만7000여명이 동의 서명에 참여해 소환 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파면이 확정되면 6개월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20년 ‘안마당’이던 가오슝의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중국국민당(국민당)의 간판 주자로 떠올랐다. 여세를 몰아 지난 1월 총통 선거에 출마했지만, 연임에 도전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패했다. 대만 내 고조된 반중 정서가 탄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한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대만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반중 정서는 극점에 다다랐다. 대만에서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국민당은 민진당보다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중요시해 친중 세력으로 인식된다. 다만 탄핵에 분노한 국민당 지지세력이 결집, 한 시장이 차기 국민당 주석이 되는 등 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