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액 4조4천억 달해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
전년 대비 5만명 넘게 줄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

고용노동부가 5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실업대란이 확산하면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5만명 넘게 줄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8일 고용노동부의 ‘5월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지난달 구직급여는 67만8000명에게 총 1조162억원 지급됐다. 수급자·수급액 규모에서 모두 사상 최대치다. 올해 들어 구직급여 지급액은 매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난달까지 누적 지급액은 4조4244억원이 됐다. 정부는 당초 올해 9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구직급여 예산을 12조9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구직급여 폭증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구직급여 지급기간 연장, 지급금액 확대 등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고용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원인이 됐다. 권기섭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구직급여 누적 금액이 크다는 것은 사회안전망에 상당한 커버리지(보호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달 40만~50만명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던 전년 동월 대비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지난달 15만5000명에 그쳤다. 2004년 2월(13만8000명)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매년 5월 통계만 놓고 보면 역대 최저치다.
5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2만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9000명 줄어든 43만4000명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연기로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 역시 9만명 줄어든 48만6000명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매달) 누적되고 있는 실업자 수의 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타격이 컸다. 제조업은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만4000명 줄어든 352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감소폭은 역대 5월 통계만 놓고 보면 가장 컸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제조업에서 약 10만명의 가입자가 감소한 이후 최대다.
서비스업은 정부 일자리 사업 재개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충격이 소폭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서비스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4000명 증가해 4월(19만2000명)보다 증가폭이 소폭 커졌다. 권 실장은 “서비스업은 5월에 (고용보험 가입자) 둔화세가 약간 진정돼 6월에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다만 제조업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