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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형’ 뉴딜의 길

입력 2020.06.10 03:00

수정 2020.06.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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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의 핵심 요소로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가 논의되었다. 이에 대해 기존의 혁신성장이나 사회안전망 정책을 재탕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위기 대응책을 기존 경로와 무관하게 설정하는 것도 무모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경로를 복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나가야 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뉴딜’은 대공황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적 도구, 기관, 조직, 담론 등의 총체적 상징이다. 이는 긴급한 구호, 생산·소비 시스템의 복원, 사회 전체 차원의 제도 개혁과 관련된 여러 행위자들을 조정·통제하는 네트워크가 될 수 있는 상징물이다. 그런데 ‘뉴딜’이 잘 작동하는 장치가 되려면, 기존 구조·시스템의 현실에 접속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판’이라는 수식어가 중요하다.

‘뉴딜’과 ‘한국판 뉴딜’의 결정적 차이는 1930년대 미국과 2020년 한국이 처한 조건과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공황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와해된 글로벌 질서의 산물이다. 당시 세계는 대공황에 블록경제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뉴딜, 소비에트 권역의 스탈린주의, 독일·일본의 파시즘이 경쟁하면서 2차 대전으로 가는 충돌 구도를 형성했다. 미국이 내세운 뉴딜은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의 회복과 개혁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고립주의에 머뭇거리던 미국은 2차 대전을 계기로 세계질서 구축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한국판’ 뉴딜은 국내 경제 차원에서만 구성되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세계체제와 한반도 분단체제 속에서 형성된 동아시아 모델의 한 유형이다. ‘동아시아형’ 발전모델의 경로 개선이라는 목표를 설정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동아시아 질서와 분단체제의 직접적 기원은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이었으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및 한반도 질서의 기본틀을 형성했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체제에서 미국·일본·한국의 분업체제가 형성되었다. 1990년대부터는 중국이 세계체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아세안이 앞장서면서 생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그 속에 한국의 수출제조업이 결합했다. 미국과 중국의 협조체제 속에서 한국 산업이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에는 뉴노멀 질서로 전환되었다. 코로나19는 미·중 간 적대적 경쟁이라는 글로벌 질서의 골격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화웨이를 둘러싼 공방은 중국의 산업 성장이 안보 갈등 이슈로 진전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개시된 이래 신(新)인프라 7대 핵심분야를 공표했다. 5세대(G), 인공지능, 빅데이터센터, 산업인터넷, 특고압 설비, 도시 간 고속철도 및 궤도 교통, 전기자동차 충전대 등 7개 분야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중국몽’을 실현할 동력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 5월 하순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책을 공표했다. 재정 투입 방향으로 신형 인프라, 신형 도시화, 중대형 토목공사(교통·수리) 등 ‘양신일중’(兩新一重)을 내놓았다. 대외적으로는 인류위생건강공동체, 일대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언급했다.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중국판 뉴딜’이라 할 만하다.

‘한국판’ 뉴딜은 국내 과제로만 추진해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미·중 갈등 시대에 적응하면서 ‘동아시아형’ 개선의 경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모델과 차별화하면서 또 연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뉴딜은 중국과의 경쟁관계에 대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 뉴딜은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중국이 한·중·일 협력을 요청하는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 협력, 원자력 안전, 도시 전환 등 그린 뉴딜 협력 의제를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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