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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내 인생의 책]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미야자키 하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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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우의 내 인생의 책]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미야자키 하야오

마스크를 벗고 싶다

[주일우의 내 인생의 책]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미야자키 하야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면서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호하다고 느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책장을 처음 넘겼을 때 마주친, 마스크를 한 소녀의 얼굴은 잊을 수 없었지만, 믿을 수도 없었다. 이 책의 배경은 서구의 산업문명이 시작한 지 1000년 만에 붕괴한 세상이다. 고도화했던 기술문명은 한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고 붕괴의 여파로 중독된 땅은 생명력을 잃고 불모지가 되었다. 사람들은 작은 그룹으로 모여 살 수밖에 없었다. 불모의 땅에 사는 식물들은 독성을 지닌 포자를 공기 중에 퍼뜨리고, 마스크가 없다면 사람들은 생명을 잃는다.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가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광경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몇 해 전부터 미세먼지로 공기는 탁해지고 마스크 없이 활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들으면서 계속 이 책을 떠올렸다. 먼지쯤이야 하고 마스크를 마다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급기야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 독성을 가진 포자를 바이러스가 대체했을 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오히려 자동차와 산업 활동이 줄어 미세먼지 없이 하늘도 청명한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신세는 더 처량하다.

나우시카의 세계에서 불모지를 덮은 썩은 숲은 독을 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더 많은 오염과 중독을 치유하고 있었다. 그런 아픈 과정 없이 다시 생명의 땅은 열리지 않는다. 인수공통전염병이 팬데믹에 이를 수 있었던 조건들은 모두 그냥 둔 채,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백신을 만들어 위기를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량생산과 국제적 분업 같은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한 마스크를 벗고 살 수 있는 공간은 한줌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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