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 “후회없이 던져”
베테랑 포수의 사인 거부 ‘자기 공’
데뷔 첫해 고졸 투수 ‘성장 증거’

고졸 신인 투수 KT 소형준(19·사진)이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한 뼘 더 성장했다는 증거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전날 선발 투수였던 소형준에 대해 “잘 던졌고,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리그 에이스 KIA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고, 5이닝 3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팀이 2-3으로 지는 바람에 패전 투수가 됐다.
소형준은 올시즌 4승2패, 평균자책 5.35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2차례 기록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의 결과보다 내용과 과정에 좋은 점수를 매겼다. 이 감독은 “소형준이 지난 KIA전에서 맞았던 타자는 잘 잡아냈고, 막았던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며 “공부하고,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지난달 28일 KIA전에서 프레스턴 터커에게 홈런, 2루타, 안타를 차례로 허용하며 흔들렸다. 반면 3번 최형우는 3타석 모두 땅볼로 잡아냈다.
9일 경기에서는 터커를 삼진, 땅볼, 뜬공 등으로 처리했지만, 최형우에게 홈런과 2루타를 맞았다.
소형준이 더 성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이제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졸 신인 투수가 데뷔 첫해 베테랑 포수의 사인을 거부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이 감독은 “앞선 등판까지는 계속해서 ‘예스맨’으로 던졌다. 투수코치와 포수 장성우가 이 부분에 대해 소형준에게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만 끄덕거리지 말고, 필요할 때 확실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시다.
9일 KIA전에서는 사인이 잘 맞지 않을 때 소형준이 발을 빼면서 사인 변경을 요구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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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자기가 잘 되는 공, 자기가 원하는 공을 던져가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오히려 더 배우는 게 많다. 집에 가서도 후회없이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준이 이제 예스맨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감독은 “물론 우리 어릴 적에는 쉽지 않았다”며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 해당 구종을 볼로 던지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