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 키우는 류승연 작가 “거리 두기, 잠시 답답함이지만 발달장애인에겐 생존과 직결”

박채영 기자
류승연 작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11세 아들을 키우는 글쓰는 엄마다. 저서로 <배려의 말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가 있다. 류 작가는 1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는 비장애인에게는 잠깐의 답답함일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도현 기자

류승연 작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11세 아들을 키우는 글쓰는 엄마다. 저서로 <배려의 말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가 있다. 류 작가는 1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는 비장애인에게는 잠깐의 답답함일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도현 기자

지난 3월 제주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달에는 광주에서 또 다른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어머니 모두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복지시설이 폐쇄된 후 집에서 아들을 혼자 돌봐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학 아닌 방학이 오랜 기간 계속됐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배려의 말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등의 책을 쓴 류승연 작가도 “딱 죽다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인 발달장애 아들과 비장애인인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는데,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두 아이에게 미친 영향은 크게 달랐다.

류 작가는 “비장애인에게 거리 두기는 잠시의 답답함일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면서 “이제까지는 코로나19가 모두 처음 겪는 문제라 그랬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류 작가를 만나 코로나19 시대에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물었다.

코로나로 24시간 격리상태
가족과 아이 스트레스 쌓여
학교 등 상호작용 이어져야

- 코로나19로 특수학교도 등교수업이 오래 미뤄졌다.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어떻게 보냈나.

“6개월간의 길고 긴 방학이었다. 나도 정말 죽다 살아났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격리상태가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탈출구가 하나씩은 있다. 성인은 회사에 가고 아이들은 놀이터라도 간다. 비장애인인 쌍둥이 딸은 책이나 유튜브를 보며 혼자 놀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만난 사람이 엄마, 아빠, 누나가 전부였다. 아들도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머리를 벽에 쾅쾅 박는 상동 행동을 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잠시 멈춤이 잠깐의 답답함이 아니라 곧 퇴행이 된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비장애인 아이가 두세번 만에 배우는 것을 아들은 수백번의 반복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런 아이에게 모든 사회가 차단된 삶이 어떤 의미일까. 물론 학교에 가더라도 비장애인 학생들처럼 다른 친구와 상호작용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옆에서 누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잉잉잉 소리를 내고, 까르르 따라 웃는 시간이 있다. 무언의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도 관계를 맺는다. 발달장애인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를 배우고 그것이 곧 생존과 연결된다.”

- 코로나19 시대에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호주 멜버른은 코로나19로 사회 전체에 봉쇄령을 내리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특수학교만큼은 개학을 시켰다. ‘비장애인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이 생존과 직결된 사람은 학교에 가라. 그래야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다’는 고민이 담긴 대책이다. 당장 우리도 호주처럼 바꿔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20~30년 뒤에나 한번 요구해보려 한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달장애인에게 학교란 사회성이라는 생존과 곧바로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 자녀, 성인 되는 건
긴 방학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가족 돌봄 외 안전망 구축을

-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올해만 벌써 2건이나 발생했다. 발달장애인 돌봄이 가족에게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달장애인 자녀가 성인이 된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긴긴 방학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발달장애인 취업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 아들은 키도, 덩치도 더 커질 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사회적 관계 단절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를 벽에 받아댈까. 그 긴긴 시간을 집에서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보고 박물관도 가고 일주일에 3일 하루 두 시간이라도 일하러 밖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늙어버린 부모가 ‘나 죽고 나면 우리 애는 어떡하나’란 생각을 제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한 가지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어려움을 말한다고 해서 마치 발달장애인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망가지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힘든 것이 10배라면,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은 8배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고 이놈 서울대 보내긴 틀렸네. 어쩌겠어, 조금 힘들 수는 있겠지만 괜찮아’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나 발달장애인 혹은 발달장애인의 가족이 될 수 있다. 그 삶의 일상이 계속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복지를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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