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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고봉밥’이란

입력 2020.06.19 03:00

수정 2020.06.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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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81년 1월부터 요식업소의 밥그릇을 바꾸도록 지시했으나 실행상의 어려움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을 바꾸기도 힘들고, 손님들이 밥의 양이 적다고 더 요구하므로 곤란을 겪고 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1981년 서울의 주요 신문들이 보도한 기사가 대략 이렇다. 이미 1970년대에 정부와 서울시는 주발 또는 사발로 대표되는 밥그릇을 ‘공기’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쌀이 부족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쌀 증산, 쌀 소비 억제(밀가루 공급)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쌀 부족을 해결하려 했다. 흥미로운 건 밥공기의 크기까지 정해주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에는 지름 11.5㎝에 높이 7.5㎝였고, 1980년대 들어 더 줄여서 지름 10.5㎝에 높이 6㎝짜리 그릇을 쓰도록 강제했다.

이 시대, 우리는 밥을 확실히 덜 먹고 있다. 더구나 유통되는 밥공기는 1980년대보다 더 작아졌고, 수북이 담지 않기 때문에 실제 양은 더 줄었다. 탄수화물이 무슨 국민의 공적 비슷하게 취급받는다. 밥 한 그릇의 당(糖)이 스틱 설탕 10개(20개라는 주장도 있다)가 넘는다는 비교도 나온다. 이런 주장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한마디로 살이 찌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육체적 노동이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다. 몸을 쓰는 일이 줄었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노동시간이 줄었으며, 간식 등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밥은 상당한 계층에게는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이다. 극한의 육체적 직업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밥(탄수화물)의 양을 줄이자는 건, 그 밥이 에너지로 다 쓰이지 않고 몸에 축적되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여전히 최대의 에너지가 있어야 돌아가는 일이 많다. 나는 요리사이니 오후 3시쯤 점심을 먹게 되는데, 고봉밥이 아니고서는 그 노동량을 충당하지 못한다. 게다가 신진대사가 좋은 젊은 직원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의 밥이 필요하다.

육체노동 인구가 많고, 노인층이 두꺼운 동네의 밥값이 싸고 밥의 양도 많다. 영등포나 종로 낙원동 일대, 을지로 일대에 그런 노동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밥집이 많다. 4000~5000원짜리 밥이 흔하다. 며칠 전엔 다니던 밥집의 일부 밥값이 1000원 올랐다. 매직으로 ‘5’자 위에 ‘6’을 덧씌워 놓았다. 겨우 1000원이 오른 거다. 옆자리의 한 노인 노동자가 주인 할머니에게 “청국장이 이제 6000원이여?” 하고 가벼운 항의를 한다. 올린 밥값이 1000원이지만, 면구스러워하는 주인의 표정에서 내 마음은 또 한없이 어두워진다. 이런 집들의 밥은 여전히 ‘고봉’이거나, 추가 밥은 무료다. 밥의 품질을 따지는 것도 부질없어서, 밥 잘 지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닌 내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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