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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죽음’을 대표해 달라

입력 2020.06.22 03:00

수정 2020.06.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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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를 지칭하는 용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단일한 의회를 가지고 있어서 국회(어셈블리, Assembly)라고 부르지만, 어떤 나라들에서는 상원과 하원이 명칭은 물론이고 선출방식과 역할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세네트(Senate)라 불리는 상원은 주마다 동일하게 2명씩 뽑히지만, 일반적으로 콩그레스맨·우먼(Congressman·Congresswoman)이라 불리는 하원의원은 인구비례로 뽑힌다. 영국의 의회는 팔리아먼트(Parliament)라고 하는데, 귀족원(House of Lords)과 평민원(House of Commons)뿐 아니라 왕권(Monarch)도 그 일원이다. 평민원은 모두 투표로 뽑히지만, 귀족원은 여전히 작위를 가진 귀족과 종교지도자, 왕과 총리가 추천하는 저명인사로 구성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이처럼 의회는 각 나라의 역사적 맥락과 전통, 정치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부르는 하나의 공통 용어가 있다. 그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국민의 ‘대표(representatives)’다. 그들의 일은 무엇 혹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것이다. 그들은 정파에 관계없이 모두 국가를 대표하기도 하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대표하기도 하고, 자신이 표방한 특정한 가치를 대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그들이 ‘대표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국회의원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곧 ‘그가 누구를 대표하느냐?’에 다름 아니다.

21대 국회는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나는 21대 국회가 ‘보이지 않는 죽음’을 대표해 주기를 바란다. 정치인들이 살아있는 사람만 대표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많은 경우 죽은 자들을 대표하기도 한다. 가깝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누구를 대표하여 당선되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태극기를 들고 서울역 광장에 나오는 이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 역시, 실은 어떤 죽음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

3·1, 4·19, 5·18, 6·25 등 날짜로 새겨진 많은 기념일들 역시 누군가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죽음들에 대해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어쨌든 이 죽음들은 ‘보이는 죽음’들이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목숨은 없다. 그 사실을 우리는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선명하게 보았다. 하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분투하는가를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죽음들에 확실히 덜 민감하다. 누군가는 파쇄기에서 죽고, 떨어져 죽고, 질식하여 죽는다. 누군가는 맞아서 죽고, 굶어 죽고, 가방 속에 갇혀 죽었다. 다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그들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들의 죽음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내 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처럼 흐릿하게 사라진다. 그저 무미건조한 숫자로만 남는다.

사람들은 ‘보아야 기억한다’. 우리가 구의역 김군을 그나마 기억하는 이유는, 구의역이 우리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을 기억하는 이유는, 안전모를 쓰고 찍은 그 한 장의 사진에서 그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019년 기준으로 855라는 숫자로만 남은 산재 사망자의 사진전을 매년 국회가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간(2014~2018년) 134라는 숫자로 남은 아동학대 사망자의 얼굴을 우리가 마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김주열의 시신처럼, 5·18 사진전처럼, 그렇게 내보이고 싶다. 우리가 누구의 죽음 뒤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직시하기 위해서.

비대면 사회가 온다고 한다. 누군가가 비대면이라면 누군가는 더 많은 대면을 해야 한다. 우리가 시장과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누군가는 물류센터에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감염병과 화재사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움직인다. 비극은 더욱 구조화될 것이다. 코로나19는 그 세계를 급속히 확장하려고 한다.

이것은 <기생충>의 세계다. 기생충의 세계에서는 ‘가시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 죽으면 안 되는 사람들과 죽어도 되는 사람들, 보이는 죽음과 보이지 않는 죽음.

이 세계에서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을 대면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특별히 더 그러한 의무를 지닌다. 노회찬은 그 답을 보여주기 위해 6411번 버스를 탔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죽음들이 ‘대표’되어, 기어이 보이기를 바란다. 이천에서 돌아가신 38명의 우리 이웃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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