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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힘이 세다

입력 2020.06.26 03:00

“모든 것을 바꾼다”는 기후 문제의 본질은 자본주의다(나오미 클라인). 자본의 끝없는 확대재생산에 기초하는 자본주의 문제의 본질은 성장이다. 세계화가 이루어진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은 가장 힘센 말이 되었다. 경제성장은 ‘언제나’ ‘무조건’ 좋다. 경제가 성장을 못 해도 ‘감소’가 아니라 ‘역성장’이라 부른다. 성장의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왜곡한다. 생산은 무조건 좋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은 GDP에는 좋아도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화폐로 환산되지 않는 시장 밖에서의 유익한 활동과 거래는 무시된다. 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GDP가 증가했다고 우리 삶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GDP에 일희일비한다. 성장은 힘이 세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 대표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 대표

성장은 풍요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와 자연생태계 훼손으로 나타났다. 성장은 소수의 풍요를 뜻했다. 기후변화는 지금의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는 성장의 보이지 않는 쓰레기다.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면, 성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변신을 꾀한다. 하지만 발전이 성장을 뜻하는 한, 그건 모순어법에 불과하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대책으로 내놓은 한국판 뉴딜의 일부인 ‘그린 뉴딜’은 성장에 분칠하여 그 한계를 가릴 뿐이다. 성장은 힘이 세다.

자연은 성장에 한계가 있고 한계가 좋은 것임을 보여준다. 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의 성장을 제한하여 안정성을 확보한다. 덕분에 주위에는 다른 나무들이 자랄 공간이 생겨난다. 우리의 몸 세포는 필요가 충족되면 증식을 멈춘다. 하지만 암세포는 멈출 줄 모른다. 무서운 속도로 계속 증식하여 결국 자신의 모태를 파괴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암세포처럼 성장해왔다고, 계속 성장하면 파국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여름의 폭염에 시달리면 기후가 확실히 변했다고 호들갑을 떨지언정 성장을 위한 대량 생산과 소비의 삶을 반성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장은 힘이 세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지난 5월8일 ‘기후위기 성명’과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 담화에서 “성장 신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전환할 것을 호소했다. 진정 지속해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아닌가. 그러려면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생태 회칙으로 불리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선포했다. 시기와 내용으로 볼 때, 이 회칙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염두에 둔 문헌이 분명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2018년에 나온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기후변화의 위중함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5주년밖에 되지 않은 회칙을, 그것도 본인이 직접 기념한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 여전히 세상이 무심한 탓일까, 교종은 기념 ‘주간’을 마치며 ‘특별 성찰의 해’를 선포했다. 성장은 아직도 힘이 세다. 부디, ‘성장’ 신화에서 깨어나 교종의 절박한 호소에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특별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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