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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근로계약서만 7번…곧 정규직 된다는데도 25%가 떠나”

공채·심사·교육 거치는 X레이 판독 업무, 알바 불가능

10년차 보안검색 요원 연봉, 모든 수당 합해 3730만원

“로또 취업이라니…불공정의 상징처럼 비춰져 억울해”

“13년간 근로계약서만 7번…곧 정규직 된다는데도 25%가 떠나”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29일 보안검색 직원들이 전용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인천공항공사는 X레이 판독 등을 맡는 보안검색 요원 등 2143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김창길 기자·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29일 보안검색 직원들이 전용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인천공항공사는 X레이 판독 등을 맡는 보안검색 요원 등 2143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김창길 기자·인천공항공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이맘때면 여름휴가철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보안검색을 받느라 긴 줄을 서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출국객이 없어 한산했다.

여행객들의 휴대품을 검색하느라 바빴던 보안검색 요원들은 일손이 줄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접고용하기로 하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선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된다는 안도감보다는 ‘로또 취업이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 등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에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 회사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

13년째 보안검색 요원으로 근무 중인 ㄱ씨(42)도 최근 공사가 발표한 직고용 대상자다. 그는 “그동안 근로계약서만 7번 넘게 썼다”며 “다음달에 제3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주)로 임시 편제되지만, 연봉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주)유니에스 소속이다. 그는 처음에 유니에스에 입사했지만 입찰을 통해 새로 낙찰된 씨큐어넷(주)으로 소속이 바뀌었다가 다시 유니에스가 선정되자 또 소속이 바뀌었다. 회사가 바뀔 때마다 ㄱ씨는 근로계약서를 다시 썼다. 인천공항 60개 용역업체 9785명 모두 ㄱ씨와 비슷한 처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80%가 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 같은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취임 이틀 만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보안검색 요원들은 항공보안법에 따라 테러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항공기 탑승 전 여객의 신체와 수하물을 검색해 위해물품을 적발한다. X레이 판독자들은 1년 이상의 훈련을 통한 고도의 숙련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 내 보안검색 업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것처럼 아르바이트가 불가능하다. 전원 공채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 208시간의 전문교육과 국토교통부의 보안검색인가증을 받아야 한다. 75%가 4년제 대졸자다. 신입 연봉은 최저시급 8590원이 적용되는 기본급에 야간·연장근로수당을 합해 3240만원, 10년차는 3730만원이다. 이들은 오전·오후·야간조로 나눠 근무한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으로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선언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그만둔 보안검색 요원은 477명으로 이직률이 25%에 달한다”며 “보안검색 요원 상당수는 손목과 어깨, 무릎 등에 ‘골절염’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 직고용을 불공정 상징처럼 매도

또 다른 보안검색 요원 ㄴ씨(41)는 “직고용될 보안검색 요원들은 공사 일반직 공채를 준비하려는 취준생들의 새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대부분 30∼40대인 보안검색 요원들은 가족들에게 불공정의 상징처럼 보이는 것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직고용되는 공항 노동자는 보안검색 요원 1902명만이 아니다. 화재와 구조활동을 하는 소방대 211명과 활주로 주변에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예방활동을 하는 야생동물통제 요원 30명도 있다.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인천공항 노(노조)·사(사측)·전(전문가) 협의회는 2017년 생명·안전 분야 노동자 30%(2940명)를 직고용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노·사·전 협의회가 직고용 30%에 합의했지만 22%만 직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전환, 3년 만인 이달 말 마무리된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들은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에 대해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봉 8000만원인 대리급 ㄹ씨는 “이번에 직고용될 노동자들은 자회사로 가도 얼마든지 고용안정이 되는데, 노조의 힘을 이용해 공정한 입사 절차도 없이 정규직 1545명보다 많은 2143명이 한꺼번에 입사하게 돼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사측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특수경비원인 보안검색 요원은 항공보안법과 경비업법, 통합방위법으로 직고용할 수 없어 법이 개정돼야 가능하다며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요원만 직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2일 갑자기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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