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룸에 섰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권고’를 공표하기 위해서였다.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게 권고 요지였다. 노 실장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정제혁 | 정치부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이 정책이 좀 더 설득력 있고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주택 해소 여부가) 청와대 고위직 임명에서 하나의 잣대가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했다.
또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솔선수범이 다른 부처 고위 공직자에게 파급을 미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했다. ‘권고가 이행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국민적 여론에 책임진다고 할까, 그런 정도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당일이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청와대 고위직의 다주택 보유를 문제 삼은 직후였다.
그로부터 6개월 반이 경과했다. 권고 이행 실적은 초라하다. 당시 청와대가 다주택 해소 대상으로 파악한 비서관급 이상 11명 중 권고를 이행한 건 김연명 사회수석 정도인 것 같다. 대부분이 ‘국민적 여론에 책임지는 정도의 판단’도 하지 않은 셈이다.
노 실장의 권고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해 공직사회 전반에 다주택 해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게 노 실장 권고 취지였다. 하지만 권고 미이행으로 청와대가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을 공직사회에 보낸 셈이 됐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과는 ‘거 봐라. 부동산은 안 된다’는 냉소의 확산이다.
당초 사유재산 처분을 권고한 것 자체가 이행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권고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권고를 했다면 약속한 시한 내에 반드시 가시적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다. 정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언행이 가볍게 취급되고 희화화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더구나 민심의 화약고라는 부동산 문제다. 참모들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을 더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