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중력
박광명 글·그림
고래뱃속 | 42쪽 | 1만3000원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오고, 떠나게 되는 걸까. 책은 이 심오한 질문을 중력에 비유해 아름답게 그린다. 한 상의 밥에 ‘우주’가 깃드는 과정을 조곤조곤 전한 그림책 <대단한 밥>의 작가 박광명이 두번째로 낸 작품 <안녕, 중력>이다. 제목만 보면 중력과 관련된 물리과학서일 것 같지만, 책은 중력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날 밤, 작은 요정이 엄마 배 속 아기의 발목을 실로 묶는다. 이 실은 ‘중력이’와 이어진다. 중력과 연결됨으로써 아기는 지구에 존재하게 된다. 아기와 중력을 실로 이은 요정은 아기에게 “나중에 또 만나요”라는 한마디를 남긴다.
무럭무럭 자란 아기는 자신과 연결된 실로부터 점점 더 먼 곳으로, 실이 흔들리는 곳으로 가려 한다. 살면서 늘어난 관계의 실, 자신을 얽매는 현실의 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한다. 실을 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우주 속을 유영하는 꿈을 꾼다. 그것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다.
중력은 자신을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모습도 침착하게 바라보며 기다린다. “나를 떠나 멀리 가고 싶은 거니?…그건 어려울 것 같아. 내가 너를 꼭 잡고 있을 테니깐.”이라고 말하면서. 가끔씩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겪어도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중력이 묵직하게 붙들어주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별자리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뭉클해진다. 아이가 자라 입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삶의 순간들을 별과 별이 이어져 반짝이는 별자리로 묘사했다. 중력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를 ‘주름진 아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중력이 바라보는 어른은 늘 위태롭고, 연한 아이일 테니까. 어쩌면 그게 어른의 진짜 모습일 테니까.
중력과 이어졌던 팽팽하고 단단한 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느슨해진다. 아기의 발목을 실로 묶었던 요정이 다시 찾아온다. “이제 풀어 드릴게요.” 중력과 ‘안녕’ 인사하며 세상과 만난 우리는 다시 중력에게 ‘안녕’ 인사하며 세상과 헤어진다. 실이 풀렸다고 슬퍼만 할 일은 아니다. 땅을 짚던 지팡이를 버린 ‘주름진 아이’는 슈퍼맨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간다. ‘무중력’의 우주 속 반짝이는 별이 된다.
세로로 된 이 책은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의 힘이 그러하듯이. 그 힘은 거부하고 싶을 만큼 무겁지만 거부하기 힘들 만큼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