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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누더기 세법

입력 2020.07.06 03:00

수정 2020.07.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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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은 어떨까. 출근하려는데 늘 있던 버스 정거장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부로 폐지되어 버렸다나. 다른 정거장에 가서 버스에 타려니, 신용카드는 더 이상 쓸 수 없고 현금을 내라고 한다. 간신히 현금을 구해 출근해서, 의뢰인이 데리고 온 증인과 회의를 시작하려는 순간 오늘부터는 회의 전에 서면으로 내용을 밝혀 대표변호사의 허가를 받으라는 전갈이 온다. 급히 허가를 받아 회의를 시작하는데 비서가 메모를 전한다. 변호사가 증인신문 전 증인을 만날 수 없도록 법이 바뀌었단다. 가상의 예지만 이래서야 살겠는가. 최소한의 안정은 삶의 기본조건이다. 예측하지 못한 변동은 불만의 단초다.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세금 문제에서 납세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조세가 가지는 정책기능의 하나는 어떤 일을 하면 과세되고, 반대의 경우 면세 내지 절세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약속해 납세자를 정책 목표로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약속이 수시로 바뀐다는 데 있다. 세법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조세전문가 소순무는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에서 “조세철학이나 기본 방향이 없는 땜질식 입법, 시험적 입법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도소득세는 하도 많이 바뀌고 복잡해져서 어느 세무사는 ‘양포소득세’라고 부른다. 세무상담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관련 규정을 보자. 1세대가 1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다가 이것을 처분하면 거래가액이 9억원을 넘지 않는 한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일시적 2주택이라는 개념이 있다. A주택을 보유하는 사람이 먼저 이것을 팔고 그 후에 B주택을 사는 경우에는 비과세되지만, 미처 A주택을 양도하지 못한 채 우선 B주택부터 취득하는 수도 있어 일정 기간 2주택 상태가 되는데, 이 경우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 관련 규정은 소득세법 시행령 154조와 155조다. 2001년의 개정으로 비과세의 요건은 ① A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할 것 ② B주택을 취득한 후 2년 이내에 A주택을 양도할 것이 되었다. 2002년 3월의 개정으로 A주택 양도기한은 B주택 취득 후 1년으로 바뀌었다.

2002년 12월에는 서울, 과천 등 지역의 경우 3년의 보유기간 외에 거주기간이 1년 이상 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되었다. 2008년 2월의 개정으로 그 거주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더니, 그해 11월에는 A주택의 양도기한이 B주택 취득 후 2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다가 2012년에 들어 새 요건이 추가되었다. ③ B주택의 취득은 A주택의 취득 후 1년 이상 되는 시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A주택의 보유기간은 2년으로 줄어들었고 그 양도기한은 B주택 취득 후 3년으로 늘어났다. 2013년에는 ③요건에 취학, 근무형편 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2017년에는 A주택을 취득할 때 이것이 조정대상지역 내에 있었다면 2년 이상 보유하는 것 외에 다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되었다. 2018년의 개정에서는 A주택을 취득할 때 조정대상지역에 있었고 B주택도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 A주택의 양도기한이 B주택 취득 후 2년으로 줄었다. 2020년 2월이 되자, A주택을 취득할 때 조정대상지역에 있었고 B주택을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상태에서 취득한 경우에는 ㉠ B주택 취득 후 1년 이내에 세대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마쳐야 하며 ㉡ A주택의 양도기한은 B주택 취득 후 1년이어야 하는 것으로 요건이 바뀌었다. 다만 부칙에서 개정 규정의 적용범위에 예외를 두었는데, 2020년 5월에는 부칙에서 이것이 다시 변경됐다.

세금 문제에서 납세자에게
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문제는 정책과 규정이
수시로 바뀐다는 데 있다
정책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일부러 연도별 변천 과정을 전부 나열했지만, 그 내용은 이 글에서 최소한으로 요약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어지럽지 않은가. 양도소득세의 세율, 양도차익 계산방식,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범위 등에 관한 규정 역시 수시로 바뀌어왔다.

부동산 세제의 무상(無常)함 뒤에는 변화무쌍한 부동산대책이 있다. 정책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그것이 정책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현 정부가 그간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주무장관의 말로도 네 번째고, 이것을 따라 늘 세법이 바뀐다. 하지만 세금은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라. 조지 H W 부시는 선거운동 당시 “증세는 없다”고 약속하면서 그때마다 자기 입술을 가리키며 “Read my lips(내 말을 믿으세요)!”를 외쳤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말을 바꾸어 증세의 길을 갔고, 재선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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