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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체제적 해법이 필요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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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가 들끓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6·17 대책은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깊어지고 그 부모들도 불안하다. 해법을 놓고 수요·공급 차원에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현재 경제체제의 주요 축이다. 체제 차원에서 부동산 기본자산이라는 접근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한국 경제의 대안적 비전에 관한 논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회민주주의 대안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최근 기본소득론과 복지국가론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포스트 민족경제론의 흐름이 있다. 여기에선 세계체제 속에서 어떤 국민경제·지역경제 체제를 만들 것인가를 핵심 문제로 삼는다.

기본소득론과 복지국가론에선 주거체제를 핵심 문제로 다루진 않는다. 기본소득에선 일부 현금이 주거 소비에 사용될 것이다. 복지국가에서 주거복지를 사회보험 밖의 서비스로 다룬다. 현재 운영되는 주거복지 프로그램으로는, 저소득층 대상 주거급여, 공공분양주택, 임대주택, 주택금융제도 등이 있다. 복지국가론과 기본소득론은 소득, 급여, 서비스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자산 불평등 문제가 우선시되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통계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인은 아파트에 54%, 단독주택에 31%, 연립·다세대주택에 12% 가구가 거주한다. 주택 종류별 가구소득은 아파트 7143만원, 단독주택 4094만원, 연립·다세대주택 4620만원이다. 가구 자산은 아파트 5억3300만원, 단독주택 3억3214만원, 연립·다세대주택 2억4709만원이다.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아파트’가 중요하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차이는 소득 2523만원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이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인들의 공통적인 심성이다.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된 중국인들의 아파트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동아시아 생산체제에서 도시와 주택 건설이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 건설업이 흔히 ‘토건’으로 폄하되지만, 고용 및 생산유발 효과에서는 전체 산업 중 1~2위를 다투곤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본·재정이 부족한 조건에서 고도성장을 추구했다. 여기서 수출제조업과 건설업은 양대 성장축이었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에서 광공업·건설업 등 2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37.3%, 중국이 40.7%에 이른다.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주거체제는 사회정책 또는 복지국가의 요소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경제 성장, 산업 발전, 자본 축적의 틀 속에서 주거 공급이 이루어졌고 개발이익이 배분되었다. 자본 축적 초기 단계에 재정과 금융은 수출제조업에 집중되었다. 국가는 사회 안정을 위해 주거체제 전반에 개입했다. 자금은 가계에서 동원했고 건설은 기업이 맡았으며 개발이익은 공급체계에 참여한 가계·기업·정부가 나눠 가졌다.

이러한 주거체제는 자산 격차를 확대했으며, 세대 간 갈등의 핵심고리가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은 기존의 주거체제와 모순관계에 놓여 있다. 그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기존 주거체제의 자산 불평등을 더 강화한다고 보고 좌절한다. 마침 코로나19 위기로 한국판 뉴딜이 논의되는 시점이다. 주거체제를 혁신하는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부동산 기본자산’을 형성하고 주거체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기본자산은 개인·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이다. 보통은 주거와 생산 수단으로 사용되는 자산을 의미한다. 여기에 공공적 재산권 영역을 확보해 불평등체제의 틀을 개선해야 한다. 기존 주거복지 프로그램과 공공택지 계획은 기본자산 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본자산을 늘려갈 수 있다. 또한 주거체제에 새로운 축을 형성하는 정도의 물량·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획기적인 주거체제 뉴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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