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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권을 확립해야 한다

승리지상주의의 스포츠
자본권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스포츠인권 확립으로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레슬링 선수였던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청소년들에게 기하학, 수학, 철학 등을 배우기에 앞서 시가(詩歌)와 체육을 기본 교육으로 할 것을 주장한다. 절제와 용맹의 덕을 기르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과 체육 교육은 명맥만 유지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의 심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 더욱이 자본이 지배하는 체육계에서 육체는 돈벌이의 도구에 불과하다. 고 최숙현 선수는 스포츠자본의 희생자다. 승리지상주의를 향한 전투적 스포츠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전문스포츠인들은 로마 원형경기장의 검투사나 다름없다. 차이는 자본의 경기장이라는 점이다. 지금 스포츠는 인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고, 상업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그저 박수치거나 환호하는 대리만족의 대상일 뿐이다.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

폭력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 어디 한둘이랴. 원인은 국가자본주의이다. 획일적인 방식으로 국가가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근대적 교육체제가 근본 원인이며, 힘을 과시하는 국가주도의 체육이 만든 암묵적인 폭력이 직접적 원인이다. 전자는 인간의 개성과 존엄성을 말살하며 오직 계층 상승만을 목표로 한다. 후자는 후견자인 정치의 도구로써 국가의 영광을 재현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그러니 오늘날 스포츠는 가시·불가시의 방식에 의한 폭력의 집합체가 되었다.

스포츠는 학문이 지향하는 지덕체의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전인적인 인격 완성의 길이다. 우리 선조들은 궁도, 태권도, 검도 등 무술에 도를 붙였다. 몸 또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가르쳐 주었다. 정신과 신체의 합일, 무위자연 속 대아의 확립으로 자유를 누리는 우주의 참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중도와 중용의 지혜를 발휘한다. 이런 지혜가 스포츠 지도자들에게만 있었어도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났겠는가. 그들이야말로 이 비극을 묵인한 방관자이자 공범자이다.

오죽했으면 국가인권위원회마저 나서서 ‘스포츠인권헌장’을 만들었겠는가. 제18조에는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인권과 민주주의, 법의 지배 원리”를 기반으로 “언어적, 신체적, 정서적 폭력과 아동 학대”는 물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예방하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등 당연한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매번 발생하는 폭력은 근절될 줄을 모른다. 이 나라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군가 죽어야만 요란을 떨면서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거창하게 다짐을 하고는 똑같은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산업재해 현장을 보라. 그 많은 법령과 매뉴얼만 지켰어도 힘없는 노동자들이 귀천하는 화장장 연기가 하루라도 쉬지 않았을까.

나는 두 가지를 희망한다. 하나는 청소년들이 예술과 체육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이는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나아가 유한에서 무한을 직관하는 통로이다. 무한에 둘러싸인 생명의 신비에 경외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만큼 큰 교육은 없을 것이다. 전통과 관습,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교육은 애초에 자유로운 영혼들에게는 고역이다. 그들의 심신을 무념무상의 경지로 인도하는 예술과 체육은 존재의 의미를 내면으로부터 찾는 출구가 된다. 또 하나는 보호되어야 할 체육 분야만 남기고 국가체육시설을 폐지하자. 메달로만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인생을 즐기는 방식을 일상에서 찾는 것이 더욱 실속 있는 삶이다. 스포츠선진국처럼 공정 경쟁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태극마크를 달게 하면 된다.

스포츠는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말하듯 노는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와 통한다. 사회 전체가 더 이상의 정신병동이 되지 않도록 노는 재미의 즐거움을 자본시장에게서 탈환해야 한다. 삶의 원초적 동력이자 활력소인 스포츠를 통해 인간은 거대한 우주의 심연을 가슴으로 느끼는 동시에 존재 자체에 감사하며 이웃에게 겸손해진다. 그러니 스포츠로 삶이 윤택한 이들이 폭력과 전쟁을 굳이 애써서 자행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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