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2일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지난 10일 타계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백 대장이 군에서 세운 공적을 기리기 위해 대전현충원이 아닌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은 서울이든 대전이든 국립현충원 안장 자체에 반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유족과 상의해 백 대장의 장례를 육군장으로 5일간 진행하고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백 대장의 한국전쟁 당시 공훈과 한국군에 기여한 것을 평가해 현충원에 모신다는 것이다.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이 다 차서 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원내대표, 대변인 등이 나서서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 정부를 맹비판하고 있다. 보수 일각에서는 육군장에서 국장으로 격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백 대장이 군에서 세운 공적은 부인하기 어렵다. 6·25전쟁 당시 1사단장으로 낙동강 다부동 전투를 지휘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했다. 한국군 최초의 대장, 초대 제1군사령관, 육군참모총장 등으로 복무하며 초기 한국군을 이끈 점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공적만으로 백 대장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고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고인의 한쪽 면만을 부각하는 것이다. 백선엽은 비록 초급 장교이기는 했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토벌에 앞장선 간도특설대에서 2년반 복무했다. 지청천 장군처럼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에 투신한 분과 달리 독립운동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고, <친일인명사전>에도 올랐다. 더구나 그는 이에 대해 민족 앞에 분명히 사과하지도 않았다. 조국 독립을 위해 피를 뿌린 선열들이 묻힌 국립현충원에 백 대장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 또한 명분이 있다.
백 대장 유족은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고 했다. 미국(알링턴 국립묘지) 등 선진국에서는 묘역에서 장군과 사병을 구분하지 않는다. 월남에서 국군을 이끈 채명신 장군도 사병보다 8배 넓은 장군 묘역을 거부하고 사병 묘역에 묻혔다. 지나친 예우는 진정한 예의가 아니다. 통합당은 백 대장에 대한 예우를 높이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친일 과오’를 덮자는 게 아니라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백 대장을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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