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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 해체하라

입력 2020.07.22 03:00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목소리 높여 외쳤다. 만시지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오랫동안 총리로 일했던 이낙연의 고백처럼 국가균형발전은 “돌이켜 보면 아쉬운 것 중의 하나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잇는다며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했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평화, 적폐청산, 정의 등은 머리에 떠오르지만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는 별로 들어본 기억조차 없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어놓았지만 대통령 자신이 그것을 잘 챙기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그랬던 국가균형발전 의제가 길을 잃은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갑자기 불려나온 것이다.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얘기가 나온 맥락이 뭐든 균형발전을 하겠다면 좋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회, 청와대, 정부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이전하면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균형발전을 허겁지겁 들고나온 배경이 마뜩지는 않지만 그의 주장은 환영할 일이고 또 옳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도권 초집중체제를 그냥 두고는 어떤 주택, 인구, 교육, 환경 정책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아서다. 1966년부터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를 신문에 연재했을 때, 1968년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이 한국 정치를 분석한 책 <소용돌이의 정치>를 내놓았을 때 우리는 서울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일찍이 알았어야 한다. 이호철은 괴나리봇짐을 싸들고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처럼 보여주었고, 헨더슨은 그 서울이 그냥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가 아니라 한국 그 자체라고 본질을 지적했다. 서울은 지금 경기, 인천과 함께 하나의 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서울공화국’이다.

이곳의 면적은 국가 전체 중 11.8%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의 수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돈, 권력, 정보, 기회, 문화가 넘친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그 밖의 지역에 비해 우월감 같은 것도 있다. 서울공화국에서 기회를 얻으려는 젊은이들은 이곳 말투까지 따라 배우려고 한다.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란다. 서울공화국이 얼마나 큰 기득권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국민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공화국 국민과 그 밖의 국민이다.

왜 이런 서울공화국 현상이 생기는 걸까? 권력 때문이다. 강력한 권력이 놓여있는 곳에 기회가 있고, 기회가 있는 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게 된 것이다. 권력을 중심축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정보, 기회, 돈, 사람들이 집결하는 것이 서울공화국의 본질이다. 이러한 특권은 곧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서울공화국에서는 영양과다의 비만 환자처럼 높은 물가, 환경 파괴, 교통 혼잡 등을 감내해야 한다. 서울공화국의 초집중체제를 해체하지 않고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동심원의 핵인 권력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라 하겠다. 권력의 소재지를 옮기는 것 다음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혁신도시 건설과 같이 자원을 분산하는 것도 실효성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서울공화국이 아닌 각 지역이 자기혁신을 통해 주체적 발전 동력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초집중체제 해체에 꼭 필요한 일이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을 들고나온 것은 바로 서울공화국에 괄목상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지사는 부산, 울산, 경남이 긴밀히 손잡고 서울공화국에 맞서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초광역 도시연합을 통해 거대한 서울공화국을 견제하고 내생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전략인 것 같다. 훌륭한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김 지사는 조금 더 야심적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다.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만으로 거대한 기득권 집합체인 서울공화국을 상대하기 어렵다. 부산, 울산, 경남뿐만 아니라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전북 등을 하나로 묶어내는 ‘남부권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서 서울공화국 일극체제에 대응해야 한다. 대구, 경북도 요즈음 고립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예나 지금이나 균형발전에 가장 목말라하는 지역은 광주, 전남·북이다. 지리산을 낀 이 지역이 연대하여 서울공화국 일극체제를 해체하는 국가재구조화에 나서야 한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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