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차 심화되는 가운데 홍콩의 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국이 경제적 특별지위를 박탈함에 따라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도쿄를 비롯해서 중국의 상하이나 선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들 간에 새로운 금융중심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은 2017년에 수립한 국제 금융도시 도쿄 구상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시 도쿄는 자국 내 자금을 활용한 아시아의 성장 지원, 인재-자금-정보-기술의 집적, 자산운용업과 핀테크 기업의 유치, ESG 투자 활성화 등을 세부계획으로 발표한 바 있다. 외국기업과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교육, 의료 등 외국인의 생활환경 개선, 행정절차 간소화, 비자발급 요건 완화 등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높은 세율(30.86%)도 경감해주고 임차료도 줄여주겠다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도 2003년 이후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는 있으나 그 성과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주요 도시별 금융중심지 경쟁력 순위로 보면, 서울과 부산이 각각 33위, 51위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이에 9~10위권이다.
앞으로 아시아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리라는 전망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우리나라 또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 금융허브는 외국기업과 인재 유치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도전을 위한 거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한 가지 방안이 금융허브 육성을 디지털뉴딜 특히 스마트시티 구축과 연계하는 것이다. 5G 통신망, 빅데이터 플랫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및 디지털인프라가 구축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이를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 허브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교통, 물류, 의료, 교육, 에너지, 환경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 지능화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금융 측면에서도 다양한 디지털서비스 개발과 융복합형 신산업의 창출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융 및 융복합형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혁신기업들이 참여하도록 해당 지역에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확대 적용해 규제장벽을 완화하는 한편, 해외 및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 더욱 중요해진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의 거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일 테다. 더 나아가 핀테크의 자금조달을 위한 핀테크 전용거래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가 2025년까지 스마트네이션(smart-nation)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디지털경제를 발전시키는 한편,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 허브가 되기 위해 창업육성단지 조성, 규제샌드박스 운영 및 각종 지원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혁신창업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의 테크시티 사례도 비슷하다. 런던 외곽의 허름한 지역이 2010년 하이테크 클러스터 발전 계획 발표 이후 유럽의 유니콘 47개 가운데 14개 기업이 입주하고, 2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산업클러스터로 성장했다. 단순히 도시재생사업의 관점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우리가 금융허브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강점이나 차별화된 매력 요소를 살리는 게 먼저일 터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한계로 지적되는 각종 제도와 규제의 복잡성, 언어, 세제 혜택 등의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터이다. 좀 더 과감하고 창의적인 방안을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