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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위헌 결정 유감

입력 2020.07.25 03:00

수정 2020.07.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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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헌은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의 문장을 남겼다.

김진한 헌법전문가·독일 에어랑엔대 방문학자

김진한 헌법전문가·독일 에어랑엔대 방문학자

“보수의 진리는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라는 것이다. 진보의 진리는 정치는 문화를 바꿀 수 있으며, 그리하여 정치를 정치 자신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과 문화는 소중하다. 하지만 전통이라 하여 모두 간직할 것들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후손들에게 의미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들, 심지어 여러 주변 상황이 곁들여져 잔인한 결과를 낳는 것들도 적지 않다. 이런 전통이라면 공동체가 함께 그 변경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그 논의의 책임을 맡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이 과제는 보수·진보 정치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전통과 문화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며 국민들의 고통을 방관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창립된 지 30년. 헌재는 그동안 눈부신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부끄러운 결정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10월 선고한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었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서울이 수도인 것이 우리 관습헌법이라고 하며, 행정수도를 이전하고자 하는 법률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헌법’을 위반하였다는 과감한 선언을 했다.

헌재는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조선왕조의 경국대전과 600년의 시간을 그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부르봉 왕조가 만든 법이 프랑스 민주공화국의 법을 폐기할 수 없는 것처럼, 조선의 법이 대한민국의 법을 무효로 만드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세월도 마찬가지다. 수도 서울에 관한 선조들의 결정, 그리고 그 위에 쌓아올린 역사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전통일 뿐, 우리들의 미래를 명령하는 법, 미래를 설계하는 법을 폐기하는 헌법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전통은 더 이상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유산인 것도 아니다. 이미 경제력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서울은 점점 더 다양한 것, 많은 것을 삼키는 괴물이 되었다. 대다수 국민과 그들의 미래세대들은 서울로의 집중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패자와 망자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정치는 문화를 바꾸려고 하였던 것이고, 수도를 서울로부터 이전하는 입법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헌재가 헌법을 ‘발견’해 위헌 선언을 하였던 것이 바로 그 법률이었고, 그것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에 관한 현재와 미래의 수많은 토론과 대안, 숙고와 결단이 차단되었다.

인간의 일에는 실수와 오류가 빠질 수 없다. 헌법재판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편견과 욕심, 실수와 어리석음이 개입된다. 중요한 것은 잘못 이후에 깨닫고 수정하는 일이다.

만일 잘못된 헌법판단으로 국민들의 삶과 희망을 꺾었다면 그 판단은 헌법재판제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들과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을 존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헌재는 국민들의 삶과 국가기관들의 민주적 논의를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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