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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적 진실 발견의 딜레마

입력 2020.07.28 03:00

수정 2020.07.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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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길은 험난하고도 지난하다. 검찰 수사도 모자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하고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항고심사위원회도 거쳐야 한다. 이미 끝난 사건도 특별수사팀,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재수사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특별검사도 가동된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도 하고 한 번으로는 끝내지 못하고 삼세번 재판을 받아보고 싶어 한다. 이렇게 기나긴 과정을 거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 사건은 종결되어야 하지만 불신과 비난,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한다. 납득이 안 된다며 대법원 앞에서 시위도 벌인다. 훗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거나 오판이 확인되어 재심도 열린다. 형사소송을 하는 이유와 목표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면 확정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진실은 발견되어 확정된 것이니까 그 확인된 진실 앞에 모두가 승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선언한 것이므로 그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닐까.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 진실과 정의가 죽었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권과 언론이 가세하기도 한다. 물론 그 불신의 원인이 검찰과 법원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검사가 유죄의 확증편향으로 피의자의 주장이 들리지 않아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만 들었거나 아니면 피해자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았거나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청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등 공정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의구심이 불신의 원인이기도 하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을까, 사법농단 사태처럼 사법부가 독립성을 버린 것은 아닐까, 검찰이나 사법부가 전관예우나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을까. 의심이 불신을 키운다. 소송 참여자들 각자가 믿고 싶은 진실이 따로 있기에 기대하고 예단했던 진실과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 달라서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정확한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그에 합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 법치국가 형사소송의 임무다. 그런데 과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란 실현 가능한 일일까. 과거 사건 발생 당시 있는 그대로의 존재, 객관세계에 존재하는 실체를 찾아 재현할 수 있을까. 사건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는데 어찌 찾아낼 수 있을까. 실체적 진실 발견이 형사소송의 이념이자 목표라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한 목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다르고,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는 제3자도 그 경험을 수사와 재판에서 그대로 복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기억이 흐려질 수 있고 그사이 언론 보도 등 이런저런 원인으로 자신의 경험과 달라진 사실이 경험한 사실로 둔갑할 수도 있다. 사람은 사회적 지위, 경험, 관심에 따라 똑같은 사물과 사태에 대한 인식과 이해, 반응이 제각각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경험 사실이 다를 수 있는 것은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각자의 인식능력과 지각능력의 차이가 사건 발생 당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재현해낼 수 없게 만든다. 대상에 대한 감각적 지각이나 경험이 사실 자체일 수 없는데도 사실을 경험했다는 주관적 확신이 사실과 진실로 오도할 수도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면 할수록 오류의 위험성도 커진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존재하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낸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은 바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범죄혐의가 있다는 일방의 주장이 형벌의 전제가 되는 사실로 인정받으려면 소송법적으로 여러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방 당사자의 주장은 진실임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일 뿐, 상대방 당사자와의 동의와 합의를 통해야 비로소 진실로 승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적법절차가 형사소송의 핵심가치가 되어야 한다. 피해자 진술권,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인 조력권과 방어권, 무죄추정, 공정한 수사와 재판 등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진상과 실체가 다 드러나 있는데 무슨 절차 타령이냐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헌법적 형사소송이 보장되어야 한다. 적법절차 속에서 소송 참여자들 사이의 주장과 반박, 공격과 방어, 평가와 판단으로 사실인정은 진실에 가깝게 재구성될 뿐이다. 이렇듯 소송 참여자들의 의사소통과 동의, 합의를 통해 구성된 절차적 진실이어야 믿음이 생겨난다. 그것이 형사재판의 오판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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