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조사 33%…독일 44%
오바마가 만들어놓은 48%
18%P 급락 뒤 겨우 30% 초반
“코로나 대응 반영 땐 더 심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목상 2위지만, 3년 연속 30% 초반대를 기록하는 등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중국·러시아와 ‘동급’으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앞세워 파리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조약과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등 글로벌 리더로서의 모습을 저버린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5개국에서 시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020 세계 지도자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였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32%, 러시아는 30%였다. 세계인의 눈에 비친 미국·중국·러시아의 글로벌 리더십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나라는 독일로 44%였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1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글로벌 리더십 지지율은 갤럽이 관련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한 2007년 38%로 출발해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34%로 떨어졌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49%로 급상승한 뒤 40%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30%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해였던 2016년 48%에서 18%포인트 급락한 이후 옆걸음질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에서 52%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9년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받은 85% 지지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34%, 아시아에서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미국의 리더십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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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유니스 갤럽 편집장은 “미국의 주들과 연방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봄에 따라 미국 리더십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악화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전체주의 국가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양국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도토리 키재기라는 점은 미국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영국 가디언은 “갤럽 조사 결과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유 세계를 이끌 완벽한 위치에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