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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모든 선택지 시야에 있다"…'징용 갈등' 격화

입력 2020.08.04 09:44

수정 2020.08.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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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정은 기자
[뉴스 깊이보기]일본 정부 "모든 선택지 시야에 있다"…'징용 갈등' 격화

일제 강제동원 배상 소송 피고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한국 법원의 자산압류에 맞서 즉시항고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징용 배상문제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택지 시야에 넣겠다”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을 거부해온 일본제철에 한국 내 자산압류 공시송달이 발효된 4일, 일본 정부 강료들은 ‘매각 시 맞대응’을 예고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법절차는 명확히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현금화(자산 매각)가 되면 심각한 상황을 부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반복해 설명했고, 조기 해결을 다시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달 하순 결정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연장 여부도 ‘보복 카드’ 중의 하나인지에 대해서는 “가정에 바탕을 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언론들은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발급 요건 강화, 금융 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 대사 소환 등을 선택지로 거론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적당한 대응을 해야만 할 수 있다”고 했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자민당 의원들은 전날 자산이 매각되면 한국 정부에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었다.

포항의 포스코 부지에 있는 PNR 생산시설. 포스코 홈페이지

포항의 포스코 부지에 있는 PNR 생산시설. 포스코 홈페이지

반면 한국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3일 “(압류 절차는) 법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법원의 사법적 결정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도 자산매각에 대해 “사법 절차의 일부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양국 기업의 기부를 받아 기금을 만들어 징용 피해자들에게 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후속 움직임은 없었다.

오는 14일은 한국 정부가 제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고 이튿날은 광복절이다. 지지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강도 높은 광복절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일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제철, ‘즉시항고’ 방침

한국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2018년 10월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제철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자 원고들은 같은 해 12월 일본제철이 갖고 있는 PNR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2008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포항 포스코 본사 부지 안에 있으며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더스트, 슬러지 등에서 철 성분을 회수해 만드는 ‘환원철’을 생산하는 회사다. 직원은 70여명, 연 매출은 370억원 규모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월 일본제철이 갖고 있는 이 회사 주식 30% 가운데 8만1075주를 압류했다. 액면가로 계산하면 대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액 4억원에 해당된다. 넉 달 뒤 원고들은 압류한 주식을 매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일제 징용 피해자 이춘식씨와 양금덕씨 등은 2019년 10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대법원 확정 판결 뒤 1년이 지나도록 배상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제철을 규탄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일제 징용 피해자 이춘식씨와 양금덕씨 등은 2019년 10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대법원 확정 판결 뒤 1년이 지나도록 배상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제철을 규탄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문을 피고에게 송달하기를 거부했고, 포항지원은 올해 6월 서류 공시송달 절차에 들어갔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의 주소가 확인되지 않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한 후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공시송달 후 두 달이 지남에 따라 4일 0시부터 압류 결정의 효력이 발생했다.

11일 0시까지 일본제철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압류 명령이 확정되고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 즉시항고는 한국법에 규정된 항고의 한 종류로, 제기할 수 있는 경우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확정짓기 위해 민사소송에서의 즉시항고 시한은 7일로 제한돼 있다. 즉시항고를 하면 압류 집행이 정지된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고 2년이 다 돼가지만 원고들이 실제로 배상을 받는 것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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