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뛰어든 아프리카 뮤지션들

김향미 기자
우간다 인기 가수이자 정치인 로버트 캬굴라니 센타무(보비 와인)가 3일(현지시간) 수도 캄팔라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캄팔라|AFP연합뉴스

우간다 인기 가수이자 정치인 로버트 캬굴라니 센타무(보비 와인)가 3일(현지시간) 수도 캄팔라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캄팔라|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우간다의 유명 가수 ‘보비 와인’(38)을 가리켜 사람들은 ‘게토 프레지던트’(빈민가의 대통령)라고 부른다. 본명은 로버트 캬굴라니 센타무. 2017년 4월 총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보비 와인은 내년 2월 예정인 대선에서 ‘34년 장기집권’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에 맞설 가장 강력한 야당 후보로 꼽힌다. 권력자에 맞서는 보비 와인의 정치적 무기는 음악이다. 다음달 새 앨범을 발표하는 그는 “정부 실정과 부패,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노래들이라 우간다 권력자들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보비 와인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의 젊은 음악가들이 권위주의 정부나 권력자들에 대항해 정치적 도전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라토’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잠비아 힙합 스타인 품바 차마(36)는 무능한 현직 의원을 풍자하는 노래를 발표하고, 야당 지도자의 집회에 참석해 공연하며 정부를 비판하곤 한다. 그는 “예술가들은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권력자들을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보비 와인의 트위터 팔로어는 73만5000명, 필라토의 팔로어는 9만5000명이다. 아프리카 음악가들은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와 별개로 현실 정치의 벽은 꽤나 높다. 나이지리아 인기 래퍼 ‘뱅키 W’(39)는 2018년 총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구조적인 부패, 빈곤, 극단주의 폭력을 없앨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 300만명이 넘는 초대형 스타였지만, 전직 장관 아들인 여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인기 래퍼 ‘렉서스 리걸’(41)도 2018년 총선에 나섰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잠비아 힙합 가수 필라토(왼쪽)와 나이지리아 래퍼 뱅키 W(오른쪽). 필라토·뱅키 W 트위터 캡처

잠비아 힙합 가수 필라토(왼쪽)와 나이지리아 래퍼 뱅키 W(오른쪽). 필라토·뱅키 W 트위터 캡처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아프리카 정치 분석가인 닉 치즈맨은 “기존에 많은 권력과 자원을 가진 집권당, 기득권을 해체하기란 매우 어렵다. 음악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과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권력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보비 와인은 수차례 의문의 구금이나 폭행을 당했고, 필라토 역시 정부 지지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 에티오피아에선 현실 정치에 나서진 않았지만 ‘저항의 상징’이던 민중가수 하차루 훈데사가 지난 6월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 최근엔 코로나19로 각국에서 대중 집회가 금지되면서 음악가들의 무대도 사라진 상태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곳곳에서 젊은 음악가들이 정치에 나서주길, 그들이 현실을 바꿔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정치학자인 자카리야 맴필리 뉴욕시립대 교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오래전부터 저항운동에 참여했다. 최근엔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눈에 띈다”며 “지지자와 팬들이 그들을 정치 무대로 내보내고 있다. 예술가들 스스로도 ‘음악만 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고 말했다. 보비 와인은 “아프리카에서 예술은 항상 독재와 권력에 억눌린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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