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이 지면의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100일 동안 대략 18㎏(82㎏→64㎏)을 감량했으니까, 이만하면 사진을 바꾸는 것이 맞다. 어디가 아팠다든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다. 살이 너무 찐 것 같아 건강이 걱정되어 헬스장을 찾았고 거기에서 다음과 같은 안내를 보았다. ‘100일 동안 가장 많이 체중을 감량한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상품을 줍니다.’ 정확히는 지방을 0.1㎏ 감량하면 +1점, 근육을 0.1㎏ 증량하면 +1.5점, 하는 식이었다. 동기부여가 되겠지 싶어서 그 챌린지에 참가했고, 얼마 전 내가 1등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육은 1㎏쯤 늘었고 지방은 15㎏쯤 빠졌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요즘 어디에 가든 “저어, 사진과 많이 다르신데 다른 분이 오신 거 아닌가요?” 하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하면 그날의 강연 내용보다는 다이어트 성공기에 다들 관심을 보인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를 궁금해한다. 소중한 질의응답 시간이 다이어트 간증기처럼 되어 버리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듯하다. 나의 이야기에 누군가가 이렇게 귀를 기울이는 일도 흔치 않아서 나도 열심히 그에 답한다.
사실 헬스장에는 등록만 해 두고 거의 나가지 못했다. 100일 중 10번을 간신히 나간 것 같다. 왜 그랬느냐면 그 즉시 코로나가 확산되었고 그에 따라 헬스장이 몇 주 동안 문을 닫았다. 나도 굳이 이런 시국에 운동하러 가기가 민망했다. 대신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다가, 세 가지의 운동을 시작했다. 스쿼트, 계단오르기, 그리고 달리기. 스쿼트는 100일 동안 매일 500개 정도를 했고, 내가 일하고 있는 15층 건물을 계단으로만 매일 10번 정도 오르내렸다.
그리고 달리기, 나는 이 운동을 정말이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아침마다 동네의 공원을 몇 바퀴씩 뛰었다. 처음에는 500m를 뛰고 주저앉거나 1㎞를 지나면 고통스럽거나 했지만 매일 조금씩 더 뛸 수 있는 몸이 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의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더 뛰어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정하게 물어왔다. 그렇게 나는 나의 몸을 처음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5㎞를 완주했던 날만큼 나의 몸이 예쁘고 대견해 보인 일이 없었다. 지난 100일은 나에게 알맞은 호흡과 보폭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10㎞ 이상을 뛸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그 이상의 거리를 뛰고자 할 때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몸이 변화해 가는 과정과 조금 더 달릴 수 있게 된 그 모습을 SNS에 공유해 나갔다. 그러자 누군가는 “덕분에 저도 달리기를 시작했어요”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같이 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댓글이 조금씩 많아져서, 어느 날 나는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저는 매주 목요일 저녁 몇 시마다 어디에서 뛰려고 합니다. 같이 뛸 분들은 오셔서 몰래 뛰어주셔도 되고 오기 어려운 분들은 해시태그를 붙여서 함께 뛰었다는 티를 내 주시면 감사합니다.” 굳이 ‘몰래’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코로나라는 시국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느슨한 연결을 지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나는 ‘개인과 사회의 연결’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사람들과 만난다. 달리기든 무엇이든 개인은 자신의 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나가며 자신과 닮은 타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이 우리 사회를 지탱시킬 것이다. 우선은 목요일 저녁마다 계속 뛰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속도로, 서로 같은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 있음을 티내고 감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