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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지적한 샘 오취리, 사과하게 만든 한국

입력 2020.08.09 20:18

수정 2020.08.0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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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흑인 분장’ 공개 비판에…누리꾼, 과거 발언 들춰 비난

“한국, 인종차별 낮은 인식 드러나”…SNS엔 ‘연대’ 해시태그

인종차별 지적한 샘 오취리, 사과하게 만든 한국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사진)가 학생들의 ‘흑인 분장’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가 논란이 일자 공식 사과했다. 학생들이 재미로 찍은 사진까지 ‘인종차별’이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취리의 사과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드러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올라오며 논란이 시작됐다.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장에서 관을 옮기는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영상이다. 학생들은 흑인인 상여꾼들을 모방하며 얼굴에 검은 칠을 했다. 오취리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흑인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썼다.

그러자 오취리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흑인 피부색이 검어서 검게 칠한 것뿐인데 별게 다 불편하다’ ‘다른 나라 가면 공장에서 돈이나 벌지 모르지만 한국 와서 좀 뜨니 훈계질을 하고 있다’ 등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은 오취리가 학생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올린 점, 과거 방송에서 동양인 비하 행위를 연상케 하는 ‘눈찢기’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오취리는 결국 다음날인 7일 인스타그램에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블랙페이스에 대한 흑인들의 불쾌감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대중적 코미디공연 <민스트럴쇼>의 백인 진행자들은 얼굴에 검은 칠을 한 뒤 과장된 춤과 노래로 흑인 노예를 희화화했다. CNN은 지난해 기사 ‘블랙페이스는 왜 모욕인가’에서 블랙페이스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을 비하적인 농담 대상으로 만들고 흑인 비하적 고정관념을 조장했다”고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과거 한 행사에서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사실이 밝혀져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오취리에 대한 공격이 인종차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낮은 인식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오취리가 한국인이 인정한 범위 안에서 행동할 때는 좋아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나온 배경엔 오취리에 대한 시혜적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평론가도 “설령 오취리가 과거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해도 그건 오취리가 반성할 문제지 블랙페이스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취리의 사과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는_샘_오취리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이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명백한 잘못에 대한 지적조차 거꾸로 사과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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