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도발 강행 후 폭발한 반일정서에 그간 잊혔던 일제강점기 잔재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광복절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 자연미를 대표하는 용어인 ‘국립공원(國立公園)’ 또한 청산해야 할 일제잔재임을 알린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미국에서 시작된 ‘National Park’ 제도는 미국이 아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일본인 학자 다무라 쓰요시(田村剛) 등이 ‘National Park’를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후 식민지인 대만으로 확대했고, 이후 금강산까지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 한 것이 한반도 내 국립공원 용어의 시작이다. 금강산이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해방 후 별 고민 없이 일본 용어 그대로 국립공원이라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을 하루빨리 ‘국가공원’으로 바꿔야 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들어본다.
첫째, 용어 자체의 의미다. 국립공원은 ‘국가가 세운 공원’이다. 자연을 국가가 만들지 않았으니 그 의미부터 문제가 된다. 문화재를 보자. 문화재 보관을 위한 건물을 국가에서 만들면 국립박물관이 되지만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문화재’가 아닌 ‘국가문화재’라 칭한다. 국립이란 단어는 국립공원을 빼고는 ‘세금으로 만든 것’에만 사용하니 이 자체만으로도 국립공원 용어가 심하게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단어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냥 쓰던 대로 쓰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인식 차이는 너무나 크다. 둘째 이유이다. ‘국가’라는 명칭 부여는 단지 국가가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선택의 영역이다. 문화재로 치자면 국가가 가치를 인정한 것일 뿐 의무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라거나, 국립박물관에 옮겨야 한다고 강제하지 않는다. 국가 소유면 국립박물관에, 개인 소유면 개인 집에 보관해도 된다. 그런데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미로 묘하게 돌변한다. 세금으로 만든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국립공원이라 칭하는 순간 사유지에 대한, 개인재산에 대한 권한이 사라진다.
그간 국가는 사유지로 자신들의 운영비 보전용 입장료를 받기도 했고, 2007년부터는 주인도 아니면서 무료로 전환했다. 대대로 내려온 가보를 국보로 지정, 국립박물관에 강제 전시토록 하고 돈을 받거나 받지 않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국립공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까? 당시 일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한 ‘현인신’ 즉, ‘천황’이 다스리는 국가였다. 자연도 당연히 ‘천황’이 만든 것이니 그들의 국가관으로는 ‘국립’이라는 단어가 옳다. 국립공원은 ‘신이 다스리는 국가’인 일제의 자연관을 드러내는 용어다. 국가공원으로 바꿔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일본에 우호적이고 일제강점기 때 국립공원을 지정했던 대만도 지금은 국가공원이라 칭한다.
기후위기시대, 공익을 위한 자연보전 노력은 훨씬 강화되어야만 한다. 다만 국가가 보호한다고 해서 사유재산을 강제로, 무상으로 이용할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제잔재 용어인 국립공원을 국가공원으로 변경하고 헌법에 따라 국민이건 국가건 공익적 가치제공 대가를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