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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은 기자에게 무엇이었나

입력 2020.08.25 03:00

수정 2020.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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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과 기자가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327회에 걸쳐 계속 연락을 취하였다.” 소위 검·언 유착 의혹사건의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다. 두 달여 동안 연락을 주고받은 횟수로 치면 보통 관계가 아닌 듯하다. 하루에 몇 번씩 안부 인사만 건넸을 리도 없다. 기자는 검사장을 취재원쯤으로 생각한 것일까. 취재 활동의 조력자였을까. 절친이거나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상식 밖이다. 기자의 변호인은 당시 이슈가 워낙 많았는데 예를 들어 이만희 신천지 회장 살인죄 고발 건이 나오면 기사 링크를 보내고 코멘트를 듣는 등 정상적인 취재 일환이었다며, “그게 많은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검사장도 “기자들이 먼저 기사 링크를 보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아 취재 활동 차원의 메시지가 오갔을 수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기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공모관계의 의혹은 일축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게 검사장의 올바른 처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검사장이 언론 기자에게 특정 정치인에 대한 평을 하고,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처리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것이 검사의 직업윤리상 허용되는 일인가. 개인적인 기고나 의견표명에 제약을 두고 있는 검사윤리강령에 반하고 수사공보 준칙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그런 과정을 통해 수사 기밀이 새 나갈 수도 있고 피의사실이 흘러나갈 수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니 검·언 유착의 의혹을 받는다. 검사는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검·언 유착의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검사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검사의 윤리, 그것도 대검찰청 간부를 지낸 검사장의 행동으로서 부적절하다. 공모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형법적으로는 기소가 불가할지 몰라도 공직자의 윤리, 그것도 준사법기관의 구성원인 검사의 직업윤리를 몰각한 행태다.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여권 인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한 기자는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고 부적절한 취재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취재윤리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의하면 정보를 취득하는 데 위계나 강압적인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검찰 출입 기자에 의해서 오용된 공권력은 그대로다. 물론 기자가 검사장과 아무런 연락이나 교감 없이 그의 힘을 오용했다면 검사장에게는 책임이 없다. 그런데 기자가 친분 과시용으로 들먹인 검사장은 그와 상상 이상의 연락을 주고받았다. 검사장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럴 줄 모르고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보 조처되었을 뿐이다.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및 직접 감찰 지시가 있었지만, 위법 여부가 논란거리다. 감찰과 징계 절차에 따라 검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무너진 검사의 기강과 윤리를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수사기관, 피의자와 그의 변호인 등은 자신들의 법적, 정치적, 개인적 목표를 이루려고 언론을 동원한다. 검사는 언론을 통해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일반 대중에게 부각하려고 노력한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수사 공보제도를 통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갖지만, 그 외의 정보를 언론에 흘리기도 하고 언론도 검사나 수사관 등 연줄을 찾아 특종을 터트리려 애쓴다. 그래서 언론과 수사기관은 공생관계처럼 보인다. 검·언 유착 의혹의 와중에 검사장이 언론과 접촉했다는 또 다른 장면이 보도되었다. 현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장 시절 언론사 사주들을 만났다는 보도다. 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이라도 언론관계자는 물론이고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문자도 보내고 통화도 할 수 있다. 친구도 있을 테고, 동창이나 지인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때와 장소, 상황은 분별해야 한다. 수사대상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것을 가려 행동하고 처신하는 것이 직업윤리다. 공직자, 그것도 검사의 공직윤리는 엄격하다. 검사선서에 관한 규정과 검사윤리강령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도 언론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끊이질 않는다. 직업윤리가 실종되고 소명의식이 사라진 결과다. 검사장과 기자는 각자 직업별로 성문화된 윤리강령을 알고 있지만, 머리로 익힌 직업윤리다 보니 윤리의식은 체화되지 못하고 지식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다. 검사나 기자 모두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직업인이다. 개인과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직업윤리와 직업적 양심으로 단단히 무장되어야 할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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