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영광 출생률

송현숙 논설위원
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강풍을 동반한 태풍 바비가 서해상으로 북상한 26일, 태풍 진로 바로 옆 전남 영광군이 전국적 조명을 받았다. ‘2019 출생통계’에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광군의 2.54명은 전국 평균(0.92명)의 2.8배, 꼴찌인 부산 중구(0.50명)보다 5배 이상 많다. 그것도 6년 연속(2013~2018년) 이 분야 1위를 기록한 전남 해남군(2위, 1.89명)을 가볍게 제친 결과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광군 ‘출생률의 비밀’은 사실 비결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지원, 청년 지원에 사활을 건 정공법의 정책들이다. 2015년엔 해남에도 없는 분만산부인과를 유치한 데 이어 공립 산후조리원을 만들고 소아과도 유치했다. 결혼·출산 장려금, 신생아 양육비, 신혼(예비)부부 지원 등 현금지원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산모의 이동을 돕는 교통카드를 만들고, 사설유치원 4곳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전국 처음으로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어린이집 부담금을 없앴다. 2017년부턴 20억원씩 기금을 모아 청년들의 취업교육과 구직 활동을 지원했고, 주거비 경감 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인구 5만4000명에 불과한 영광군에서 지난 3년간 1349명(2017년 360명, 2018년 411명, 2019년 578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출생률 상위 5곳(영광·해남·경북 의성·전북 진안·강원 철원)은 원래 노년층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힌 곳들이다. 결국 이곳의 높은 출생률은 지자체들이 위기감 속에 각종 대책을 짜낸 결과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청년 지원, 초등학교 전학생 가족을 위한 파격적 주거지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해남의 기적’이 밀린 이유는 현금지원 위주의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영광군도 출생률 유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신령한 빛의 고을 영광(靈光)이 ‘굴비의 고장’뿐 아니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곳, 삶의 질이 높은 곳이라는 명성을 얻기 바란다. 출생률 하위 10개 시·군·구 중 6곳이 서울 지역이다. 또 누가 아는가. 영광군 출생률 1위가 청년층의 주거,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며 수도권 인구쏠림의 해결책을 제시한 출발점으로 기록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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