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가 트럭 적재함에 진료부스를 설치한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를 자체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이동식 선별진료소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다. / 연합뉴스
걸어다니면서 전화를 하고, 해외와 화상으로 회의하고, 3차원의 물체를 실물처럼 복사하고…. 한때 공상과학 속에서나 존재했던 이 모든 것들이 빠르게 현실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더 편리한 세상에 대한 갈망이다. 긴 시간 작은 혁신들이 누적된 획기적인 발명도 있지만, 발명의 핵심은 현실의 작은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1901년 영국의 기술자 허버트 세실 부스는 전시회장에서 먼지를 불어 날려보내는 기계를 본 지 몇 달 후 정반대 원리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이후 청소는 중노동에서 가장 손쉬운 집안일이 됐다. 아예 사람 손이 가지 않는 로봇청소기가 탄생했고 국내에선 걸레질과 합쳐진 스팀청소기가 등장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텔레비전,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대로, 끊임없이 더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을 찾은 끝에 나온 산물들이다.
지난 2월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고안해 “슈퍼 스마트하다”는 국제적 평판을 얻었던 선별진료소도 더 안전하게, 빠르게 진화 중이다. 최근 서울 구로구가 트럭 적재함에 진료부스를 설치해 어디든 찾아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차량 선별진료소를 자체 개발했다. 우선 내부 진료부스를 만들어 검사 대상자와의 접촉 없이 투명창 구멍으로 검체 채취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음·양압 장치가 작동돼 의료진이 레벨D 방호복을 굳이 입지 않아도 된다. 이런 차량 선별진료소를 개발하게 된 것은 빈발하는 집단감염에 대응해 현장에서 빠르게 검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지난 3월 콜센터 감염이 발생하자 구로구는 현장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국내 최초 ‘워킹 스루’ 방식으로 빠른 검사에 성공했다. 이후 교회와 어린이집, 버스회사 등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현실적인 필요에서 ‘드라이브 스루’가 ‘워킹 스루’로, 또다시 ‘바퀴 달린 선별진료소’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이다.
어느덧 폭염이 지나가고 추위를 걱정해야 할 때다. 차량 선별진료소는 냉난방도 가능하다고 하니 차량 선별진료소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보다 앞서, 더 이상의 이런 혁신이 필요 없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