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댓글 달기의 허무함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댓글 달기의 허무함

입력 2020.09.09 03:00

수정 2020.09.09 03:01

펼치기/접기

세상에는 왜 이렇게 댓글을 달 일이 많은지.

지난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는 심화되었고 의사들은 파업하고, 국회의원의 발언은 넘쳐난다. 경제 위기부터 성추문까지, 뉴스와 신문의 사회란은 연일 새로운 소식으로 갱신한다.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사건이 많다는 말보다 악당이 많다는 말이 더 들어맞으리라. 세상에 이렇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니. 세상엔 타인을 때리고, 모욕 주고, 업신여기고, 탈취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미디어는 매일매일 새로운 악당을 전시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그런데 악당에 비해 나는 너무 작고 보잘것없다. 이미 사회는 너무 거대해 나 같은 일개 개인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듯하다. 그럴 때 손쉬운 도피처가 바로 댓글이다. 악당들에게 욕을 하고 모욕을 주고 내 마음에 작은 위안을 얻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내가 욱한 마음에 댓글이라도 달아서 화풀이해야겠다 싶으면 그 기사의 댓글난은 이미 엉망진창이다.

그렇기에 댓글의 주어는 종종 ‘나’라는 단수가 아니라 ‘우리’라는 집단이 된다. 국민, 시민, 독자, 고객, 학생…. ‘나’라는 개인의 목소리는 쉽게 닿지 않으니 나라는 사람을 비대하게 부풀려 허세를 부려야만 한다. 나는 그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배달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행위는 쉽게 ‘정의로운 것’처럼 포장되곤 한다. 내가 속한 집단이 모두 ‘나쁘다’라고 하거나, 내가 속한 집단이 모두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그러한 행위를 나서서 댓글로 다는 것이 얼마나 사명감 충만한 행위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종종 악당이 등장하는 기사에 악플을 다는 것이 마치 정의로운 시민의 의무인 양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댓글 달기가 정말로 정의로운 행동일까. 그 누구도 기사의 악플이 상대에게 제대로 닿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그럴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속일 뿐이다. 기사 속 사건이나 사람은 반성하지 않는다. 단지 ‘너도 이 글을 보면 화나지? 나도 화나. 그러니까 서로 악플을 쓰면서 우리가 같은 정서를 갖고 있다고 확인하자’. 같은 댓글러들의 사회적 행위만 허무하게 남을 뿐.

그래서 사회가 바뀌는가? 그렇지 않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확인만 무한하다. 댓글은 사건을 마주한 직후 즉시 일어나는 원초적 감정이다. 슬픈 기사를 보면 누구나 동물적으로 슬퍼하고, 기쁜 기사를 보면 누구나 동물적으로 기뻐한다. 때로는 기사가 아니라 키워드 몇 개가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본문을 보지 않고 다는 댓글들도 허다하니, 그야말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뿐이다.

세상에는 왜 이리 댓글 달 일이 많은지. 오늘도 수많은 뉴스들이 내 피드를 가득 채운다. 어떤 사람의 거짓말은 또 화가 나고, 어떤 집단의 정치적 수사는 또 화가 나고, 어떤 살인자의 뻔뻔스러움은 또 화가 나고…. 울화통 터지는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고작 댓글밖에 없다니. 댓글 넘치는 사회 속, 댓글 숫자와 정비례한 허무감만 쌓인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