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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우동

입력 2020.09.11 03:00

우동.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동. 경향신문 자료사진

왕년에 중국집에 가면 선택에 어려움이 컸다. 짜장면, 간짜장면, 짬뽕, 우동이라는 면 4대 천왕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면이나 기스면까지는 대중적인 것이 아니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원래 중국집에는 우동이라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우동이야말로 일본 면이니까. 따루면이라고 부르던 음식이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 점차 우동으로 바뀌어 불리게 된 듯하다. 1950~60년대 중국집 메뉴판을 찾아보면 우동(따루면大로麵)이라고 병기해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요리업은 현지화에 빠르다. 한국에 소스가 엄청나게 많은 스파게티가 인기 있는 것도 그렇고, 피클이나 멕시코 고추절임인 할라페뇨를 주는 방식도 한국인의 기호에 맞춘 결과다. 일본식 또는 유럽식이 원조인 돈가스에 김치나 단무지를 곁들이는 방식도 비슷하다. 프랑스 현지의 화상은 프랑스인 습관에 맞추어 코스 메뉴를 팔고, 디저트를 낸다. 먹고살자면 원래 그런 법이다. 그게 현지화이고, 가변적인 문화의 특성을 보여준다.

중국집의 짜장면은 대부분 건재하다. 그러나 국물 면은 짬뽕으로 거의 승부가 기울었다. 왕년의 울면, 기스면, 우동을 파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끈하게 짬뽕 맛을 봐야 살아갈 수 있었던 세상 때문일까. 짬뽕의 어떤 강력한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우동 잘하는 집은 여전히 그립다. 시금치와 당근, 양파가 들어가고 갑오징어가 쫄깃하게 담겨 있던, 참기름이 한두 방울 떨어져 있어 고소하게 시원하던 우동 국물까지. 흔하던 갑오징어는 점차 값이 올라 오징어로 대체되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먹던 중국집 우동은 중국 전통의 따루면도, 이름을 빌려다 쓴 일본 우동도 아니었다. 그건 한국에 있는 중국집에서 개발해낸 제3의 면이었다.

울면의 몰락도 아쉽다. 걸쭉한 전분 국물이 두툼하던, 노인 손님들이 유달리 좋아했던 특이한 국수. 짬뽕도 왕년의 육사 짬뽕이 이제 거의 사라져버린 것도 내부적인 변화다. 육사란 육사(肉絲)라 쓰고, 고기를 얇게 써는 걸 뜻한다. 고추잡채나 경장육사 같은 요리에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바로 육사 방식으로 썬 것이다. 그런 고기를 기름에 볶아 묵직한 육수에 담고 매운 기름이 잔뜩 올라가 있던 육사 짬뽕은 옛날 초기 짬뽕의 모습에 가까운 원형을 지니고 있다고 음식 연구학자들은 말한다.

언젠가부터 해산물이 짬뽕의 주요 고명이 되었고, 고기를 쓰는 집은 거의 없어졌다. 짬뽕의 원이름인 ‘초마면’은 재료를 볶았다는 뜻인데, 이젠 그렇게 제대로 된 짬뽕은 보기 어렵다. 배달이 중심인 데다 한두 그릇의 짬뽕 고명을 볶는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 하여 조리 방식도 변했다. 하기야 면 뽑을 사람도 쓰기 힘들어 아예 면을 사다 쓰는 중국집도 흔해진 바에는 특별할 일도 없겠다.

우리들 기억 속의 중국집은 점점 신화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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