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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재판 중 조주빈에도 적용되나

입력 2020.09.15 21:08

수정 2020.09.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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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형량, 직접적 성폭력 범죄와 비슷하게

피해자 의견 적극 반영…가해자 성착취물 회수 땐 감형 ‘우려’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이 불거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런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15일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설정은 그동안 법원이 디지털성범죄에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해 n번방 사건이 생겼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양형기준을 직접적인 신체적 성폭력 범죄의 양형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청소년성보호법 11조 1항)의 기본 형량 범위는 ‘징역 5~9년’이다. 청소년 강간죄의 기본 형량 범위(징역 5~8년)와 유사한 수준이고, 강간죄의 기본 형량 범위(징역 2년6개월~5년)보다 높다. 양형위 관계자는 “청소년 강간과 비교해 성착취물 제작의 죄질이 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기본’ 형량의 최소부터 중간 범위 수준에서 실제로 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본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경우 기본 형량 최소인 ‘징역 5년’에서 중간인 ‘징역 6~7년’이 선고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양형위는 ‘특별양형인자’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도록 했다. 특별양형인자란 ‘감경’ ‘기본’ ‘가중’ 등 권고영역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인자로, 일반양형인자보다 형량을 정할 때 영향력이 매우 크다. 양형위는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피해자 가정이 파탄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두어 ‘가중’ 영역에서 처벌받도록 했다. 피고인이 유포된 성착취물을 상당한 비용·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에는 이를 ‘특별감경인자’로 두어 ‘감경’ 영역에서 처벌받도록 했다. 약 2만명의 시민이 참여해 만든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국민의견’을 양형위에 전달했던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경우에 한해 감경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전했는데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성착취물을 회수할 경우 감경하도록 하는 양형인자 설정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판사는 “영상 회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인데, (법관이)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피고인에게)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디지털장의사를 고용하는 등 조치로 피해 회복이 실효성 있게 이뤄진 경우에 한해 감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아동·청소년의 ‘처벌불원(不願)’을 특별감경인자가 아닌 일반감경인자로 낮춰서 형량에 반영하도록 한 것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 판사는 “대부분 범죄에서 처벌불원이 특별양형인자로 설정돼 있는데 이것이 빠졌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3월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13명은 특별감경인자로 아동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는 내용의 건의문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바 있다. 아동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을 고려해 감경해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양형위 관계자는 “처벌불원을 감경인자에서 삭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합의를 통한 피해 회복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 양형기준은 ‘박사방’ 운영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일당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오는 12월 양형기준이 최종 의결돼 효력이 발생된 이후 공소제기된 범죄에 적용되는 게 원칙이지만 재판부가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는 있다. “양형기준이 발효되기 전 법원에 공소 제기된 사건에 관해 형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참고자료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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