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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연방’을 꿈꾸며

입력 2020.09.17 03:00

수정 2020.09.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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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초광역화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엮는 메가시티 비전이다. 이것은 한반도 동남권을 하나의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행정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꿈이다. 초광역 공동체를 만들어서,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고 내부적으로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혁신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러한 초광역 공동체 구상은 부울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구와 경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공론을 시작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비장한 목소리로 두려워하지 말고 가보자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올해 안으로 결판을 내자며 기염을 토했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행정통합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의 미래 세대를 위해 행정통합이 절실하다는 제안을 했고, 전남이 이런 문제의식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뿐이 아니다.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뒤질세라 크고 작은 도시들을 묶어서 도시공동체를 만들자고 성화다.

전북은 나름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될지도 모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한편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세종, 그리고 청주까지 아우르는 메갈로폴리스를 만들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조금 다른 것 같다. 각 지역이 거의 동시에 경쟁이라도 하듯 나서는 모습은 전에 없던 일이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서울공화국이라 부르는 수도권 집중이 지방정부로 하여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진공청소기처럼 지방의 모든 돈, 사람, 정보를 빨아들인다. 이제 수도권의 인구가 절반을 넘어섰다고 하니 자원 집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자원의 집중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수도권에 괄목상대라도 하려면 지방정부들이 몸집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초광역 단위의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전북, 대전·세종·청주 등 각 지역의 광역 지방정부들이 통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 단위의 통합이 얼마나 효능을 가지고 있느냐다. 이보다 더 큰 단위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최근 이런 문제의식에서 부울경을 넘어서는 지방정부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 대구, 경북의 시·도지사 5명이 모여 ‘영남권 경제공동체’ 실현을 추진하기로 선언하고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를 결성하였다. 부울경 메가시티보다는 큰 단위라는 점에서 부울경, 대구·경북 공동체는 그랜드 메가시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그랜드 메가시티로도 수도권 블랙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체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초집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랜드 메가시티보다 더 큰 그림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남부권 경제공동체’라는 그림이 주목받고 있다. 남부권 경제공동체는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전북이 참여하는 남부권 도시연합을 말한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초광역 지방정부의 연결조직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는 다른 하나의 축을 만들어서 일극체제를 양극체제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실효성 있는 변형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그려왔다. 지금 민주당의 입장이 그렇다. 그러나 다극체제는 현실적으로 수도권 일극을 견제, 견인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동안의 균형발전을 위한 자원분산 정책이 조금씩 모든 지역에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극체제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남부권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종국에는 정치공동체로서 ‘남부연방’을 만드는 꿈을 가져야 한다. 지방정부의 초광역화라는 흐름이 남부연방에 이르기를 바란다. 그것은 먼 꿈과 같겠지만 그런 꿈이 있어야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인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체제를 만들겠다고 유권자들을 현혹하고는 약속을 버렸다. 그래서 남부연방의 꿈은 더욱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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