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패트릭 게스트 글·조너선 벤틀리 그림
이정희 옮김
다산어린이 | 32쪽 | 1만3000원
“엄마, 잘 다녀와요.”
10살 된 나의 아이는 오늘도 출근하는 엄마를 집에서 배웅한다. 벌써 7개월째. 코로나19는 나와 아이의 아침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빈 집에 아이를 홀로 두고 나오는 발걸음은 늘 무겁다.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는 언제쯤이면 끝이 날까. 아이를 향한 미안함과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물먹은 솜처럼 짓누를 때 이 책을 만났다.
그림책 <창문>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호주 아동문학 작가 패트릭 게스트가 희귀병을 앓아 면역력이 약해진 아들 노아와 떨어져 ‘창문으로만’ 마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2020년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괴물을 피해 집 안에 머문다. 책 속에는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저기 아프리카에선 미카일라랑 아부가, 거기 일본에선 키요시가, 여기 한국에선 소담이가.
아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것은 창문이다. 창 밖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거리는 지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떠들썩했던 친구들 목소리가 너무 그립다. 하지만 아이들은 풀 죽어 있지만은 않는다. 비구름이 만든 증기기관차와 뭉게구름이 만든 해적선, 공룡과 만난다. 그들만의 상상력을 펼치며 ‘괴물’과 싸운다. 그래서 어른보다 강하다.
가만 보니 구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에 올라 “안녕”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 우체부 아저씨와 ‘삐뽀삐뽀’ 경적을 울리며 인사하는 소방차, 플루트를 불며 용기를 주는 이웃 아주머니가 계신다. 창문에 무지개 그림을 걸어둔 집들, 창틀 받침에 ‘단짝 인형’을 둔 집도 있다. 책은 말한다. 얘들아,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란다.
‘톡톡’ 창을 두드리는 것이 유령처럼 무서워 보일 때도 있지만 내려놓은 커튼을 살짝 걷어 보면,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다.
작가는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어져 있는 ‘우리’를 그린다.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책 마지막 구절을 주문처럼 읽어본다. 그리운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하루라도 빨리 이 날이 오길 기다리며.
“너희를 안아주고 싶어. 어서 괴물 바이러스가 사라졌으면…. 지금은 여기에서 너희를 기다릴게. 세상 사람 모두 함께 춤추고, 입맞춤하는 기쁜 날이 올 때까지. 그리운 너희를 꼬옥 안을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올 때까지.”